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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찍고 서울로… 뮤지컬 흥행 공식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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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찍고 서울로… 뮤지컬 흥행 공식 깨졌다

입력
2019.01.03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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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공연 20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4월 개관하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 무대에는 '라이온킹' '스쿨오브락'의 첫 월드 투어 공연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까지 오른다. 사진은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공연 20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4월 개관하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 무대에는 '라이온킹' '스쿨오브락'의 첫 월드 투어 공연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까지 오른다. 사진은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서울에서 흥행하면 지역 투어를 간다.’ 뮤지컬계에서 오래 통용되던 ‘흥행 공식’이다. 하지만 이젠 새로운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흥행 할 공연이라면 지역 무대에 먼저 올린다’로. 지난해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라이온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티켓 판매 시작 당일 2만8,000여석을 팔아 치우며 지역 공연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이 뮤지컬은 이달 9일에야 서울 예술의전당에 오른다. 대구에서의 흥행 열기가 서울로 북상하는 셈. 서울에서 공연 개막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라이온킹’은 4월엔 부산 드림씨어터의 개관작으로 공연된다. 드림씨어터는 서울 외 지역에 처음 들어서는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드림씨어터 개관도 서울 일변도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상징한다.

지방에서 흥행 출정식을 치르는 뮤지컬은 몇 년 새 꾸준히 나오고 있다. 뮤지컬 ‘캣츠’ 투어팀의 내한 공연은 2014년 경기 안산에서 시작했고 2017년에는 경남 김해에서 먼저 무대에 오른 후 서울에서 공연했다. 2016년 비틀즈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렛잇비’ 내한 공연과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은 대구 관객과 먼저 만났다. 이달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하는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플래시댄스’도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소개됐다.

지방 공연 대부분은 제작비 절감을 고려해 기획된다. 서울보다 저렴한 대관비와 스태프ㆍ배우들의 체류비용 절감 덕분에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해왔다. 뮤지컬 본고장인 영미권에서는 지역 시장에서 막을 먼저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명 ‘트라이아웃’ 공연이라 칭한다. 지역 시장 공연은 작품을 좀 더 담금질하기 위해 열린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올려지는 작품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트라이아웃을 거친 뒤 검증됐다는 의미”라며 “반면 우리나라에서 지역 시장이란 서울에서 인기 얻은 공연이 투어를 오는 소비 시장으로만 전락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산 드림씨어터 개관은 지방 뮤지컬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계기로 기대된다. 부산 드림씨어터 제공
부산 드림씨어터 개관은 지방 뮤지컬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계기로 기대된다. 부산 드림씨어터 제공

 ◆뮤지컬 지역별 공연실적 

  공연건수(건) 관객수(명) 공연장수(개) 공연일수(일) 공연횟수(회)
서울 1,343 795만9,173 450 2만2,514 3만6,007
경기인천 1,344 224만3,140 214 5,458 1만1,810
강원 169 28만3,471 56 907 1,560
충천 631 70만4,145 126 1,783 3,409
전라 614 49만8,603 142 1,182 1,693
경상 1,214 120만2,040 303 3,485 5,242
제주 85 34만8,274 32 903 1,089


※ 예술경영지원센터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

부산 드림씨어터의 개관은 서울에 종속됐던 지방 뮤지컬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계기로 기대된다. 드림씨어터(1,727석)는 서울 이외의 지역에 처음으로 지어진 1,500석 이상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부산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큼 국내 뮤지컬 관객 확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드림씨어터 관계자에 따르면 극장 개관 전에 이곳을 다녀간 해외 뮤지컬 관계자들이 여럿이다. ‘라이온킹’에 이어 ‘뮤지컬 전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 히트작인 ‘스쿨 오브 락’도 올해 공연할 예정이다. ‘오페라의 유령’도 한국에서 공연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 무대에 오른다. 원종원 교수는 “단순히 공연장 하나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 규모에 걸맞는 공연산업이 형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봤다.

드림씨어터의 개관은 영남권 뮤지컬 시장의 잠재력을 깨울 가능성도 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 예정인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에 따르면 영남권에서 한 해 무대에 오른 뮤지컬 건수는 총 1,214건으로 경기ㆍ인천(1,344건)과 서울(1,34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관객수 역시 서울(795만9,173명) 경기ㆍ인천(224만3,15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20만2,040명으로 28만~70만명 수준인 강원, 충청, 전라, 제주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올해 13회를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까지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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