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강 장관은 빈소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나비 모양의 종이에 ‘우리의 마음과 역사 속에 길이 남아주시오소서’라고 적어 벽에 남긴 뒤 빈소에 들어가 30초가량 묵념했다.
조문을 마친 강 장관은 빈소를 지키고 있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표가 “처절하게 싸우셨는데 안타깝다. 끝까지 우리를 배려하고 가셨다”고 말하자 강 장관은 작은 목소리로 “너무 죄송하다”고 답했다. 생전 김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반발해 온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 일본 정부에 강력히 사죄를 요구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의 말로 해석된다.
앞서 7일 강 장관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할머니를 문병, 일본 정부의 화해ㆍ치유재단 설립 출연금을 문제 삼는 김 할머니에게 “돈 문제는 할머니 마음에 들게 잘 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날은 출연금 10억엔의 처리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께 마지막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는 “마음속으로 했다”고 짧게 답했다.
생존 위안부 피해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한일 양국은 위안부 합의 갈등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더불어 한일 초계기 해상 갈등 등 거대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되는 분위기다. 화해ㆍ치유재단은 앞서 21일 여성가족부 장관 직권으로 허가가 취소됐으나, 29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일합의는 재단에 의해 이행된다”며 반발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b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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