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는 이 용수가 다 한다고, 하늘에 계신 다른 할머니에게 꼭 전해.”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 김복동(93) 할머니 입관식. 입관식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는 김 할머니 시신을 어루만지다 끝내 오열하고 말았다.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김 할머니의, 다른 할머니들의 한이 떠올라서였다. 이 할머니는 “우리 언니 장하다. 잘 가”라며 입관식 내내 힘들어했다.
입관식은 눈물 바다였다. 1992년 김 할머니의 위안부 폭로 때부터 함께 해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할머니와 함께한 27년은 너무 행복했고, 고맙습니다. 사랑해요"라며 “이제 가시밭길 걷지 말고 꽃길만 걸으세요”라 말했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 손영미 위안부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등 입관식 참가자 40여명은 “할머니, 꼭 좋은 곳에서 만나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참관인들은 헌화한 뒤 두 차례 큰 절과 한 차례 반 절을 하면서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날 빈소에는 아침부터 일반 조문객이 줄이었다. 빈소 한쪽 벽에 설치된 ‘내가 기억하는 여성 인권 운동가 김복동’ 코너엔 조문객들이 추모의 글을 적어 붙인 나비 모양 포스트잇들이 나부꼈다. 오전 8시 9분쯤 빈소를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포스트잇에다 ‘우리의 마음과 역사 속에 길이 남아주시오소서’란 글을 써서 붙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오전 11시 20분쯤 조문했다. 오후 3시 45분쯤 빈소를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가슴이 먹먹하다”며 “남은 일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으로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빈소를 찾았다. ‘416 가족 협의회’ 소속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45)씨는 “김복동 할머니는 결국 이렇게 사죄받지 못한 채로 떠나시게 됐지만, 남아 계신 다른 분들은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도 많았다. 서울 화원중학생 설우석(14)군은 “마땅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떠나신 게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박지윤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