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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쌓인 유럽, 글로벌 경기침체 도화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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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쌓인 유럽, 글로벌 경기침체 도화선 되나

입력
2019.02.1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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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15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 경제가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률 둔화를 보이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경기 둔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경제적 악재가 안팎에 산적하지만, EU와 회원국들은 느린 의사 결정과 정치적 불안이 겹쳐 제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충격 받은 세계경제를 더욱 깊은 나락에 떨어뜨렸던 유럽 재정위기 등을 상기시키며, 유럽이 새로운 글로벌 경기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대 주요국 동시에 흔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률이 지난해(1.8%)보다 더 떨어져 1% 전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산업생산이 금융위기 이래 가장 가파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점 등이 주요 근거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을 이끄는 핵심 동력인 독일이 2018년 3분기 역성장에 이어 4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0%대 성장에 머무르며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등 외부 요인이 경기 둔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의 독일 전문 분석가 아나 안드라데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입 감소, (2015년 배출가스량 조작 스캔들 이후) EU의 엄중해진 배출량 규제 등이 수출을 주도하던 독일 자동차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도 불안한 모습이다. 이탈리아는 팽창적 예산안을 고집하며 EU 집행위원회와 벌이는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대 교역국인 독일 경제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개혁 드라이브에 반발한 ‘노란 조끼’ 운동의 여파로 국내 가계소비가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다른 3개국에 비해 상황이 나았던 스페인은 13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 내각이 제출한 예산안이 부결되면서 조기총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갑작스러운 혼란에 빠져들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드오디에의 수석투자전략가 살만 아메드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소한 중국은 둔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구사하는 등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면 부차적 위험 요소로 여겨졌던 유럽은 급격히 나빠지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유럽 주요국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유럽 주요국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박구원 기자

 ◇리더십 부재가 더 큰 위협 

아직 터지지 않은 악재도 수두룩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래 보호무역주의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에 이어 EU와도 무역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50일도 남지 않은 브렉시트는 영국 국내 정치의 혼란으로 여전히 ‘노딜(No dealㆍ합의 없는 탈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노딜이 현실화할 경우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이 경제적 풍파에 휩싸인 공산이 크다.

사전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지만 유럽은 다국가 기구라는 특성상 시장위기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과거 그리스발 재정위기 때도 유럽은 독일의 반대로 인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는 평가도 있다”며 “유로존이 경제 위기를 앞두고 있다지만 각국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 유럽은 정치적으로도 격변기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EU의 행정부 수장 격인 집행위원장ㆍ상임위원장ㆍ유럽중앙은행장 등이 줄줄이 교체된다. 최근에는 EU의 통합에 반대하는 반유럽주의ㆍ대중주의 성향 정치 세력이 초국가적 연대를 형성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경제 위기 해소라는 공동 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물론 3월 브렉시트 합의, 5월 유럽의회 선거 등이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유럽 경제의 난국은 한고비 넘어설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유럽의회 연설에서 “공구함에 있는 다른 도구를 꺼낼 수도 있다”며 양적완화 재개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이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순간(defining moment)을 맞고 있다”며 “통합을 다시 시작하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전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것이 유럽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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