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기고] 강의 자연성과 사회의 민주성은 한 몸

입력
2019.02.28 04:40
수정
2019.02.28 14:58
29면
0 0

강은 우리 삶에 여러 의미를 지닌다. 강과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강을 바라보는 관점, 강에 부여하는 가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강은 생명의 터전, 식수의 근원, 농업과 공업 등 경제활동을 위한 용수의 공급지, 놀이와 여가의 공간, 홍수와 가뭄을 대비한 다스림의 공간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 하는 일과 사는 곳, 쌓아온 경험, 관계 등에 따라,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강은 다르게 이해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렇듯 강의 다면성과 강에 부여하는 가치의 다양성은 강을 둘러싼 여러 활동을 다르게 이해하는 배경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이란 무엇일까? 새삼스레 사전을 찾아보았다.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란다. 강의 생명은 흐름이다. 흐름이야말로 강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흐름을 막아버린다면? 이어짐이 끊어져 생명의 움직임은 차단되고 고인 물은 썩는다. 그러면 물속이나 물가의 생명들이 살아남기 어렵다. 강물이 오염되면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하고 강물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도 힘들어진다. 강이 강다우려면,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

4대강이 또 다시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지난 2월 22일,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와 승촌보 상시개방을 제안했다. 보 처리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은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녹조라떼”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녹조가 심각해진 강에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나는 등 강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감사원 감사가 있었는데, 마지막 감사에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이수‧치수 효과는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16개 보 중 13개를 개방한 후 모니터링을 해왔고 지난해 11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전문위원회(이하 기획‧전문위원회)를 조직하여 수계별ㆍ보별 ‘맞춤형 조치’를 제안하기 위해 과학적 분석 결과를 검토해왔다.

전문위원회는 수질·생태, 수리·수문, 유역협력, 사회·경제분야 등 33명의 학계 전문가들과 4대강을 직접 모니터링해온 10명의 시민단체 현장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필자는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으로서 사회·경제분과에 참여하였다. 기획‧전문위원회 발족식 때 홍종호 공동위원장은 “과거 4대강 사업에 대해 가졌던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4대강 보를 책임 있게 평가하여 처리 방향을 분명히 매듭짓는 일”이라면서 “참여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4대강의 미래를 고민하고 최선의 대안을 강구”하기를, “국민과 국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혼신의 힘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면서 진정성과 전문성, 학자적 양심과 역사·사회적 책임감을 깊이 느끼며 활동했을 것이다.

강에 부여하는 의미와 강에서 얻는 이익이 다르기에, 어떤 보 처리 방안도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조사‧평가단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자 했다. 기술·경제·사회·생태적 요소들을 두루 고려하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안전성과 경제성 평가를 실시한 후, 관리 방안에 따른 수질‧생태 개선 효과나 이수‧치수 효과를 검토했다.

사회적 결정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과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그 결정으로 영향 받는 이들을 배려·지원해야 한다. 이미 조사‧평가단에서는 보 해체와 상시개방이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쳐 주변 농업에 가져올 부작용을 예상하여 비용에 반영했고, 환경부는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갈 예정이다. 강의 자연성과 사회의 민주성이 함께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