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잃고 산재 불승인, 빚 떠안고, 억울한 옥살이… 의뢰인 두 번 울려 
 수임난 변호사 명의 빌려 사무장이 송사 처리… ‘변호사법 위반’ 처벌 미미 
당신을 상담해 주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변호사의 빈 자리를 자처하는 사무장의 불법 영업활동에 의뢰인들은 점점 절벽 끝으로 밀려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김경진 그래픽 기자

2018년 5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 노무법인 사무실로 초조한 기색의 중년 여성이 들어섰다. 여성은 배달대행 업체에서 일하던 아들(최진혁ㆍ20ㆍ가명)이 2017년 12월 3일 회식 후 사장과 오토바이로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다쳤는데, 변호사를 통해 산재처리를 진행했지만 승인이 나지 않아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했다. 빗길에 미끄러져 버스와 충돌한 최군은 수차례 수술 끝에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곧바로 최군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면담하며 산재 재심사 준비에 착수한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 장현철(가명)씨. 그는 최군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1차 산재신청 서류(요양 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를 확인하던 중 이내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군을 비롯한 동료 모두 일관적으로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이어진 회식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최초 신청 때 변호사 측이 작성한 ‘재해 경위’ 항목에 해당 내용이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다.

대신 사고가 발생한 오전 6시 20분은 최군이 일하지 않는 시간(오후 5시~오전 2시 근무)인데도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배달 중 사고가 났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장 노무사는 “회식이라는 사업주 영향력 아래 놓인 상황이 기본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재해 경위에는 그런 내용이 빠져있다”라며 “해당 사고 시각에는 배달앱(배달 콜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꺼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는데 ‘음식 배달 중’이라고 써 오히려 사업주가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재 처리 이후 위자료를 정하기 위해 보험사측과 다툴 서류가 잔뜩 첨부돼 있어 산재의 기본조차 모르는 사람이 서류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군의 가족은 “수술로 경황없던 중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변호사는 한번 얼굴을 비쳤을 뿐 이후에는 모든 연락을 사무장이란 사람이 해왔다”라며 “산재 불승인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사무장에게 연락했지만 ‘그런 서류는 없다’며 도리어 화를 냈다”라고 말했다. 다리를 잃은 최군 가족은 사무장 뒤에 숨어버린 변호사에게 줄 수임료 500만원을 내려고 빚까지 져야 했다.

 ◇만연하는 사무장 로펌…기댈 곳 없는 의뢰인 

송사(訟事)에 휘말린 이들에게 변호사는 벼랑 끝에서 움켜질 최후의 지푸라기와 다름없다. 적법한 논리와 절차에 맞춰 형량을 줄여주고 경제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법률 서비스의 공급자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의뢰인으로서는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행정 보조를 위해 고용된 사무장들이 법의 한계와 자신의 재량을 넘어선 영역까지 손을 뻗치면서 의뢰인들을 벼랑 아래로 밀어 넣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를 대신해 무심코 만나 상담을 진행했던 사무장이 어설픈 지식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사이 “변호사 얼굴 한 번 못 봤다“는 피해자들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억울한 옥살이까지 하는 기막힌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군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는 단 한 번 병원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의뢰인을 마주했을 뿐이다. 이후에는 업무를 총괄하다시피 했던 사무장이 나서 두세 차례 가족 측과 면담했지만, 그는 산재 입증을 위한 핵심 정보에는 도통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최군의 어머니 정순임(가명)씨는 “회식을 같이한 동료나 사장의 연락처를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라며 “자꾸 교통사고 난 상황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산재)불승인 난 사실도 (변호사가 아니라) 지인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노무사 장씨는 “회식 여부가 중요한 상황에선 주변인들의 사실 확인서나 사진 등 다양한 자료로 입증했어야 하는데 애초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점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2003년 이 로펌의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사건을 수임해온 사무장에게 알선 수수료를 지불한 죄다. 당시 이 변호사와 일했던 사무장은 소장 등 법률 서류를 작성한 혐의로 함께 처벌받기도 했다. 최군의 산재 처리와 관련해 기본적인 결함이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사무장이 변호사 업무 상당 부분을 대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사무장 로펌(사무장이 변호사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허술한 일 처리로 의뢰인이 뒤늦게 감당 못 할 채무를 확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40대 자영업자 김명환(가명)씨는 2012년 5월 사업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했다. 변호사와 상담 한번 하지 않은 게 늘 거슬렸지만 사무장이 시키는 대로 개인회생 절차를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약 5년간 1,200만원 가량을 변제하며 채무를 면책받았다. 하지만 변제가 완료된 뒤 갑자기 저축은행으로부터 4,500만원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황당했던 김씨는 다른 변호사의 도움을 통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진정을 제기했다. 발뺌하던 법무법인 측은 변협의 조사가 시작되자 김씨에게 계산 실수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고, 저축은행과의 소송 등을 통해 남은 채무를 해당 법인이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을 도운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개인회생처럼 서면으로 처리가 가능한 업무는 브로커(사무장)가 처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라며 “변협의 징계를 두려워해 해당 법무법인이 잘못을 인정하긴 했지만 상당수는 사건 수임만 할 뿐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민사 관련 법정에 설 때면 상대 변호사가 아예 채무 금액에 대해 계산을 못 해 재판관이 ‘계산 안 해 보셨죠?’라고 묻는 황당한 상황도 목격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준구 그래픽 기자
 ◇사무장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 옥살이 

심한 경우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10월 법인파산을 신청한 60대 중견기업 대표 이진호(가명)씨는 당시 사무장으로부터 “법인파산을 하면 개인파산절차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을 진행했다. 이씨는 자신이 찾아갔던 법무법인의 사무장이 아닌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이 와서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 수년 뒤 파산선고를 위해 법정에 가서야 처음으로 변호사를 만난 이씨는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파산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법인파산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무장은 법인파산신청 후 외상거래를 할 수 없다는 주의사항 등을 전혀 전하지 않았고, 이를 몰랐던 이씨의 영업활동이 문제가 됐다. 이씨로부터 외상대금을 받지 못한 한 채무자는 이씨가 지급불능 상태에서도 거래를 했다며 사기죄로 고소했고 결국 이씨는 1년 3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사무장 로펌은 주로 경력이 짧은 변호사 등 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파고든다. 8년차 변호사 김현정(가명)씨는 “잠시 휴직 후 개업을 알아보던 중 한 법무사 사무실의 사무장을 소개 받아 등기 업무를 같이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어느 날 호텔에서 비싼 식사를 사더니 ‘등기 업무를 내가 다 하고 수수료 30%를 줄 테니 명의만 빌려달라’고 제안해 거절했다”라며 “또 다른 사무장은 자기가 인맥이 좋다며 주택 관련 소송 수임을 하고 수수료를 나눠 갖자고 제안해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사무장 로펌이 근절되지 않고 과열되는 모습은 변호사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만 못한 대우에 변호사들이 유혹에 쉽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변협에 등록된 변호사는 2만5,959명. 매년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1,5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3~4년 뒤면 변호사 3만명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수익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2017년 대한변협 조사에 따르면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은 10년 전 수임료에 대해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이란 대답이 39.9%로 가장 많았지만 현재 변호사들은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이 47%로 가장 많았다. 서울 기준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1.2건으로 사무실 임대료, 사무직원 인건비 등을 부담하면 이익이 별로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의뢰인 관련 업무를 주로 맡는 행위는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다. 변호사법 제34조에 따르면 누구나 금품 등 이익을 받는 것을 전제로 특정 변호사나 사무직원에게 사건을 알선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한,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상담 또는 법률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피해 사례에 비해 처벌은 미약하기만 하다. 지난해 3월 사무장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개인회생 업무를 처리하게 한 변호사 7명 중 2명은 각각 징역 6월(집행유예 1년),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에 그쳤고, 이외 5명은 벌금 500만~2,500만원을 받았다. 징역형의 경우 형이 끝난 후 5년(집행유예는 형 종료 후 2년)까지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지만, 벌금형은 변협의 징계가 끝나면 정상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변협에 따르면 명의 대여나 소개ㆍ알선 등에 대한 이익 제공으로 징계 받은 사례는 2011~2014년 1~3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지난해 27건으로 증가했다. 2015년 법무부와 변협 등이 법조 브로커를 적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숫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제명은 7년간 단 한 건도 없었고 82%(75건)가 정직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1~2개월에 그쳤다. 정직은 최대 3년까지 가능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허윤 변협 대변인은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변호사법으로 처벌하는 게 현실적이지만 사무장 로펌으로 의심돼 수사를 진행해도 뾰족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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