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英 등은 권리장전ㆍ멘토링 지원 등 노력
한국선 10명 중 1명이 기초수급자… 정부 지원 절실
수용자 자녀 지원 연합인 SFCIPP가 2003년 마련한 수용자 자녀 권리장전. SFCIPP 홈페이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나는 나의 부모가 체포될 때 안전하게 보호되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미국 수용자 자녀 권리장전(Children of Incarcerated Parents: A Bill of Rights)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미국, 영국 등은 일찌감치 부모가 체포ㆍ구속되고 난 뒤 방치 위험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법안, 관련 기준, 지원책을 마련했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나 친척 및 후견인을 위한 ‘바람직한 대화법’ 가이드라인도 배포할 정도다. 교도소 수용자 자녀 10명 중 1명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며, 심리적 외상에 노출되는 우리 사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하 형정원) 연구에 따르면, 미 의회가 법무부 교정연구원(NIC)에 수용자 자녀를 위한 관련 예산을 배정한 것은 약 20년 전인 2000년의 일이다. 2006년에는 다시 의회가 관련 법률에 수용자 자녀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명문화했다. 멘토링은 2008년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다.

각 주 차원의 노력도 다양했다. 오리건주에서는 2001년 대대적인 ‘수용자 자녀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부모의 체포나 구속으로 아이가 겪는 경제적, 심리적, 정서적 고통과 행동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 정부를 중심으로 교정기관, 치안담당기관, 비영리기관, 대학 등 35개 기관이 협력해 각종 권고안, 직무지침, 양육자 안내서 등을 개발해 실무에 적용했다.

특히 이 중에는 수용자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수감생활에 대해 어린이와 대화하는 법’도 있다. 이와 유사한 가이드라인은 미국 전역에서 각 주 교정국과 아동기관이 협력해 발간ㆍ배포하고 있다. ‘엄마 아빠는 왜 교도소에 갔나요?’,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 탓인가요?’, ‘교도소에 간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요?’ 등의 물음에 바람직하게 답하는 법을 다룬다. 캘리포니아의 수용자 자녀 지원 연합인 SFCIPP가 2003년 마련한 수용자 자녀 권리장전(사진) 역시 여러 주에서 활용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교도소에 수용된 수감자의 미성년 자녀 10명 중 1명(11.9%)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된 상태다. 전국 53개 교정시설 수용자 5만 3,000여 명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 1만 406명(자녀 기준 1만 5,869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을 돌보는 양육자(수용자의 배우자, 부모 등)들은 아이와 관계설정에 어려움이 매우 많다(32.5%)고 호소했다.

형정원과 인권위의 연구를 모두 이끈 신연희 성결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수용자자녀 복지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를 일반 국민에게 납득시킬 때 ‘가족은 재범 예방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며 “재범 예방, 범죄의 세대 전이에 효과적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관심은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차원”이라며 “이는 위기 아동에 대한 보편적 복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 만큼, 비단 법무부 뿐 아니라 여러 관련 부처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