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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내 지역구 없어질라” 민주당 의원들도 전전긍긍

입력
2019.03.23 10:00
수정
2019.03.23 15:4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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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연동형비례제 선거인가 수학인가 의원들도 햇갈려

“정의당 교섭단체되면 민주당 2중대” 한국당 결사반대

통폐합 선거구 리스트 나돌자 의원회관 곳곳서 술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정치권이 출렁거린 한 주였다. 한국당의 극한 반대로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졌고,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와 지역구 의석 축소에 따른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에선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현역 의원들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움직임을 놓고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4당이 합의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하고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는 겁니다. 이때 75석의 비례대표를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50% 연동률에 따라 나누겠다는 게 핵심이죠. 예를 들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A정당의 정당득표율이 20%라면 전체 300석의 20%인 60석이 의석으로 할당됩니다. 만약 이 정당이 지역구를 30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나머지 3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연동률을 100%가 아닌 50%로 정했기 때문에 그 절반인 15석만 채워주게 돼요. 이런 계산에 따라 모든 당이 비례대표를 나눠 갖게 되면 남은 비례대표 의석이 생기는데 이걸 다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나누는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각 당의 비례대표 의석은 다시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야 해요. 각 당에 할당된 최종 비례대표 의석을 6곳으로 나누는 데도 권역별 정당득표율(해당 권역의 정당득표수를 전국 정당득표수로 나눈 수치)를 적용하면서 계산식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선거인가 수학인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죠.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더 난해한 게 남았어요. 6개 권역으로 각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나눌 때에 50% 연동형 방식이 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비례 10석을 확보한 A정당이 의석 40개(지역구+비례)인 B권역에서 지역구 4석을, 정당득표율 20%를 얻었다고 가정해봅시다. B권역 40석에 20% 정당득표율이라면 전체 8석이 나옵니다. 여기서 B권역 당선 지역구 4석을 빼면 남은 4석이 채워져야 하는데 50% 연동이 들어가 비례 2석만 우선배정 받는데요. 이런 식으로 6개 권역별로 배분하고 잔여 의석이 있으면 권역별로 다시 배분을 합니다. 이쯤 되니 쉬운 설명은 불가능하죠. 초과의석 없이 하려니 온갖 난해한 산식이 나올 수밖에요.

불나방=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정의당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요.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도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이죠.

[저작권 한국일보] 여야 4당 선거제 개혁안 -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여야 4당 선거제 개혁안 - 송정근기자

탐구생활=거대 양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게 사실이고 정당지지율 3%를 넘으면 최소한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 확보에 어려운 정당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만 그 수준이 당초 정치권이 내세웠던 ‘민심 그대로 선거’라는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게 됐어요.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지지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거대정당이라고 해도 반드시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고요. 실제 지난해 4월 지방선거 정당득표율을 적용하면 민주당 의석이 현행보다 늘어납니다. 지역구 의석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당지지율의 상승세가 뚜렷하고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의당의 경우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와요. 한국당은 물론이고 합의에 참여했던 다른 소수당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죠.

굴러온 호박(호박)=기본 취지는 사표 방지를 통한 국민여론의 온전한 반영과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도 완화입니다. 현 지역구 의원의 경우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지요. 30~40%의 득표율만 받고도 당선되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이 높아도 그것에 비례해 의석수가 결정되지 않아요.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취지는 정당득표율을 최대한 반영해 의석수를 결정하려는 겁니다. 비례대표를 늘리고 권역별로 배정하면 호남에서 한국당이,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지금보다 더 배출될 수 있죠. 정의당처럼 정당득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원이 적은 당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아요.

불나방=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죠. 그런데 민주당은 초기에 선거제 개혁을 거부하는 듯 했다가 최근에 바뀐 이유가 뭔가요.

E구역=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에 성과를 내고 싶어서죠. 여당은 이를 ‘개혁입법’이라 부르는데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안타깝게도 허사로 비치고, 각종 경제지표도 좋지 못하니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여요. 순수하게 선거제 개혁을 하려는 건 아니죠.

불나방=바른미래당 내홍은 어떻게 번지느냐에 따라 정치권 지각변동을 가져올 문제로 보입니다.

꺼진불도 다시보자=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하는 바른정당 출신이 탈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초반에 나왔는데요. 얼마 후 “의총에서 단 한 명도 탈당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나가더라도 당헌을 반대한 분들이 나가야지”라며 오히려 국민의당 출신 지도부의 책임을 물었어요. 이를 두고 바른정당 출신들이 탈당하지 않고 당에 끝까지 남아 향후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어요. 한국당 개별 입당보다 당대당 통합이 유리하니까요. 당장은 아니지만 바른미래당은 결별 수순을 밟을 거라는 얘기지요.

불나방=한국당이 반대하는 명분은 뭐고 실제 저지하려는 배경이 뭔가요. 비례대표 전면 폐지는 사실상 선거제 개혁을 안 하겠다는 물귀신 작전 아닌가요.

홀리데이 핫초코(핫초코)=한국당은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못할 것 같으니 2중대인 정의당의 의석을 늘려 의회 기득권을 차지하려 한다”, “좌파독재 장기집권플랜”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이 이해할 수도 없는 누더기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죠. 하지만 대안으로 그간 정개특위 논의를 아예 뒤집는 비례대표제 폐지, 의원정수 10% 감축안을 들고 나온 건 ‘국민의 뜻’이라는 허울좋은 명분 뒤에 숨어 논의를 좌초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여요.

E구역=한국당 입장에선 ‘신의 한 수’죠. 의원 줄인다니 명분이 서고, 여야 4당의 논의 의지를 확 꺾어 버리는 거죠. “선거제 개혁하기 싫다”는 강력한 표현입니다.

불나방=지역구 축소가 현재의 4당 단일안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통폐합되느냐에 따라 유탄을 맞을 의원들은 사활을 걸고 반대할 텐데요.

호박=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말은 못해도 노심초사하고 있어요. 당론으로 정해져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을 뿐이죠. 패스트트랙에 올라와도 여야 대치와 정계개편 가능성 때문에 입법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어요.

핫초코=다양한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통폐합 선거구 리스트가 의원회관에서 ‘핫’했는데요. 본인 지역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의원, 의원실들이 꽤나 술렁였다는 후문입니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본인 선거구가 없어진다는데 선거제 개혁 대의를 위해, 당의 뜻을 위해 찬성표를 던지기가 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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