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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에 노 전 대통령 조롱 합성사진... 전력 있는 교학사 미심쩍은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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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에 노 전 대통령 조롱 합성사진... 전력 있는 교학사 미심쩍은 사과문

입력
2019.03.22 18:00
수정
2019.03.23 00: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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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직원 고발도 검토” 불구 납득 안 가는 해명

출판 업계선 “저작권 확인 절차는 출판 업무 기본” 의문

노무현 재단 격앙, 민주당 “천인공노할 일” 강경대응 주문

교학사 참고서에 실린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사진.
교학사 참고서에 실린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사진.

교학사가 펴낸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참고서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사진이 실린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교학사는 “편집자의 단순 실수”라며 뒤늦게 해명했지만 여론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치권까지 나서 “고의성이 다분하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교학사는 지난해 8월 출판한 ‘한국사 능력검정 고급(1,2급)’이란 참고서에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사진을 실은 데 대한 사과문을 21일 밤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날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이 문제집에 실린 사진은 조선 후기 신분제 동요 등을 설명하면서 2010년 방영된 KBS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과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만든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 밑에는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란 설명도 달렸다.

교학사는 전 직원 명의로 올린 사과문에서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며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미 판매되거나 판매 중인 교재는 전량 수거해 폐기하고, 소비자가 구입한 교재를 회사 측으로 보내면 환불해 주기로 했다.

교학사는 교재 편집부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해당 직원에 대해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교학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조만간 내부 인사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며 “이와 별개로 이 직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것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회사 측에 제출한 경위서에 “인터넷으로 해당 이미지를 다운 받았고 단순 실수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단순 실수로 여기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분위기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재 편집자가 외부 자료사진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 지급 확인 등의 절차를 가장 먼저 거치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방송 캡처화면이라 하더라도 해당 교재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만큼 출판사는 방송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출처를 밝히는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교학사는 KBS라는 출처마저 밝히지 않았다. 교학사 측도 “단순 실수란 해명에 대해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교학사가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린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실수’라는 해명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당시에도 원본 사료나 문헌이 아닌 포털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사진을 교과서에 다수 인용해 뭇매를 맞았다.

교학사 측은 22일 오전 노무현 재단을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재단 측은 사과를 거부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천인공노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사진은) 구글에 ‘노무현 노비’라고 입력해야만 뜬다”고 지적하며 “교학사는 작업자가 구글에서 이미지를 단순 검색해 넣으면서 실수했다고 밝혔지만 뻔뻔하고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관계당국이 나서 철저히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교학사에 대한 진상조사 의지를 묻는 민주당 조승래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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