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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불온한 데이터’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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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불온한 데이터’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입력
2019.03.2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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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展

불온한 데이터전 속 영국 작가 레이첼 아라의 작품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불온한 데이터전 속 영국 작가 레이첼 아라의 작품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불온한 데이터’ 전시에 나온 설치 작품 ‘나의 가치는 이정도(This Much I’m Worth)’. 기다란 네온사인이 붉은색으로 빛난다. 네온 사인에 나타난 숫자는 ‘3억 884만원’. 나흘 전엔 ‘2억9,720만원’이었는데, 뭘 가리키는 숫자일까. 네온사인에 연결된 기계들이 열심히 불빛을 깜빡이는 게 힌트다. 기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술품 거래 인터넷 사이트, 영국 주식시장에서 작가와 작품이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를 체크해 가격으로 실시간 환산하는 중이다.

영국 작가 레이첼 아라의 작품으로, 작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술계에서 별의별 차별을 받은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값어치 객관화’ 작업을 통해‘누군가 숫자로 매기는 작품 가격이 정말로 작품의 가치를 반영하는가’라는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삶에 작품 콘셉트를 대입해도 비판점은 통한다. 성별, 나이, 직업, 종교, 학력 같은 요소 때문에 삶이 과대 혹은 과소평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와 내 삶의 값어치란 과연 객관화 할 수 있는 존재일까…. 국내외 작가 10팀이 참여한 ‘불온한 데이터’ 전시는 이처럼 데이터를 소재로 자신과 사회에 끝없이 물음을 던진다.

크리스 쉔의 '위상공간 36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크리스 쉔의 '위상공간 36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AI) 같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메시지는 직관적이다. 여느 영상ㆍ설치 전시를 난해하다고 느낀 관람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하다. 영국 작가 크리스 쉔의 ‘위상공간 360’이 대표적이다. 쉔은 로봇청소기가 조종하는 ‘로봇 청소공’을 전시장에 360개 깔아 놨다. 청소공들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천장에 달린 카메라가 청소공의 궤적을 추적해 데이터로 만든다.공의 구불구불한 이동 행적이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그대로 출력된다. 청소공은 인간이 만들었으나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을 상징한다. 제 맘대로 굴러다니는 청소공을 쫓다보면, 과학기술이 과연 만들어진 목적 그대로만 쓰일까,개인 정보가 내 동의 없이 어딘가에 무분별하게 쌓이고 있진 않을까,같은 우려들이 머리 속을 헤집는다.

중국 작가 차오 페이의 ‘룸바 01&02’도 마찬가지다. 가로, 세로 각각 1m 남짓 크기의 사각 기둥 위에 자율주행 로봇청소기가 올려져 있다. 로봇청소기는 똑똑한 인공지능을 장착하고도 기둥 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몇 시간이고 빙빙 돌기만 한다. 더 넓은 세상을 찾아 기둥 밑으로 떨어지는 건 그에게 허락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의 젊은이들, 양극화 돼 가는 사회의 단면을 꼬집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하름 판 델 도르펠 작가의 '내포된 교환'. 작가가 아닌, 알고리즘이 그린 문양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름 판 델 도르펠 작가의 '내포된 교환'. 작가가 아닌, 알고리즘이 그린 문양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변주된 새로운 작품 문법을 확인하는 묘미도 있다. 네덜란드 작가 하름 판 덴 도르펠은 손을 쓰는 매체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데이터 알고리즘이 그의 붓이고, 데이터 알고리즘이 그린 패턴들이 그의 작품이다. 김실비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 ‘금융-신용-영성 삼신도’에선 영상 속 여성 3명이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분리되면서 데이터망처럼 움직인다. 전시는 7월28일까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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