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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지역별 노인 영화관들 함께 여는 ‘레트로 영화제’

입력
2019.04.0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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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에 마련된 실버영화관. 매표소 앞 기둥에는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류효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4층에 마련된 실버영화관. 매표소 앞 기둥에는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류효진기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

실버영화관에서 만난 정용준(73)씨는 일주일에 1번 이상은 꼭 이곳을 들른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종종 나오곤 한다. 그는 “딱히 갈 데가 없으니 실버영화관은 우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실버영화관을 찾는다. 봄이나 여름이면 장미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쉴 수 있고, 실내 카페에서 1,000~2,000원이면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어서다. 그래서 어르신들 사이에선 이곳에 한 번만 오시는 분은 없단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어르신들이 문화를 향유할 만한 공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실버영화관에 따르면 현재 서울 종로 외에 현재 인천과 부산, 대구, 경기 안산, 충남 천안 등에 노인들을 위한 영화관이 총 5곳 있을 뿐이다. 이들 영화관은 2013~2014년 사이 문을 열었다. 내년까지 노인 문화 관련 사회적기업이 5개 정도 더 생길 것으로 실버영화관은 내다보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비하면 문화 공간 확산 속도는 턱없이 늦다.

김은주 실버영화관 대표는 올해 지역별 노인 영화관의 대표들과 ‘시니어벤져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도 교환하고, 기업 운영의 어려움 등을 나누며 돕기 위해서다. 이 조합의 중심 역할을 하는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실버영화관을 만들며 익힌 운영 노하우를 다른 영화관에 전수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르신들의 문화 공간이 앞으로 잘 유지되고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시니어벤져스는 올해 ‘레트로 영화제’를 기획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서로 이어주기 위한 영화제다. 전국 규모의 어르신 문화 축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희망도 품고 있다. 실버영화관을 통해 각 지역의 사회적기업들이 연대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면서도 특별한 행사가 될 것으로 시니어벤져스는 전망하고 있다.

영화관을 비롯한 노인들의 문화 공간이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시니어벤져스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의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으니 꾸준히 유지, 확장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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