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에 ‘내로남불’ 우려
야3당도 등 돌리며 입지 좁아져
홍영표 “부족한 후보 있다” 인정
최정호 조동호 낙마 가능성도 거론
‘김학의 CD’ 두고는 공세 이어가
“황교안,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돼”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까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하자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에 대해 ‘내로남불’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가 신상털이와 인신공격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는 후보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홍 원내대표는 장관 후보자 부적격 여부와 김 대변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입을 굳게 닫았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김 대변인의 경우 어제부터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투기적 성격의 매매라는 우려가 있었다. 장관 후보자들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후보자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할지 여부는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사석에선 다소 거친 비판도 의원들 입에서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변인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전직 기자로서) 취재경험도 많은 사람이라 파장을 예상했을 텐데, 솔직히 그런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도 “장관 후보자들 면면을 보니까 나 같으면 절대 뽑지 않았을 사람들도 보이더라. 청와대 결정이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선거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지정)과 개혁입법 논의로 한배를 탔던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까지도 일제히 등을 돌리자 민주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민주당은 그러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한 ‘김학의 동영상 CD’ 공세는 이날도 이어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진실은 감추려 해도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황 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국당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위반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 후보자를 다음 주초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황 대표에게 CD를 보여줬다는 날짜인) 2013년 3월 13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인 황 대표와 오찬을 갖고 42만3,900원을 결제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정작 박 후보자가 공개한 일정표에는 이형규 당시 고엽제전우회 총회장 등과 오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박영선 후보자는 이름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일뿐, 실제로는 야당과 황교안 대표를 음해하는 특임장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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