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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진전 여는 지하철 정비사 “지금도 안전한 세상 아니란 걸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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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진전 여는 지하철 정비사 “지금도 안전한 세상 아니란 걸 알리고 싶어”

입력
2019.04.15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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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사진전 ‘세월호 참사 후 5년’ 여는 지하철 노동자 김정용씨 

김정용씨가 세월호 인양 사진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동거차도에서 유가족에게 선물 받은 노란리본을 이번 전시에 메고 나왔다. 이윤주 기자
김정용씨가 세월호 인양 사진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동거차도에서 유가족에게 선물 받은 노란리본을 이번 전시에 메고 나왔다. 이윤주 기자

사진 찍는 지하철 정비사 김정용(55)씨가 서울 경복궁역 지하 1층 미술관에서 ‘세월호 참사 5년’을 주제로 21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에선 진도 팽목항을 지키는 피해자 가족, 사회 각계의 진상규명 운동, 세월호 인양 풍경 등을 담은 사진 4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전시를 보러 온 어머니께서 피해자 가족들도 이제 (세월호 참사를) 잊어야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하시기에 ‘그분들이 잊지 말아달라고 해서 열게 된 전시’라고 설명했다”며 “진실을 밝혀 안전한 나라가 이루어질 때까지 잊지 않겠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고자 사진을 세상에 꺼냈다”고 말했다.

대학 전공을 고민했을 정도로 사진을 좋아했던 김씨는 꿈을 접고 서울교통공사에 정비사로 취직했다. 취미로 필름카메라를 독학하다 기종을 디지털카메라로 바꿔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2000년대 중순 무렵부터다. 이주노동자, 산동네, 모래내 시장 등을 담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했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사진집단을 만들어 몇 차례 단체전도 열었다.

2014년 4월 16일은 첫 개인전 준비로 들뜬 날 중 하루였다. 그 해 9월 김씨는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첫 개인전 ‘개망초의 꿈’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단순 사고가 아닌 엄청난 참사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가 운항연한이 지난 선박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죠. 운항연한이 지나면 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일본에서 18년 넘게 사용한 뒤 폐기된 선박을 청해진해운이 매입해 운항하다 1년만에 사고가 났잖아요.” 국내 여객선 운항연한은 30년이다.

세월호 침몰 수역이 바라다 보이는 동거차도에 움막을 짓고 인양선을 감시하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 김정용씨 제공
세월호 침몰 수역이 바라다 보이는 동거차도에 움막을 짓고 인양선을 감시하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 김정용씨 제공

김정용씨의 이런 반응에는 그가 지하철 정비노동자라는 현실이 작용했다. 김씨가 서울교통공사에서 입사한 1989년 12월 당시 서울 지하철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15년이었다. 이 기간은 25년에서 40년으로 늘었고, 다시 정밀진단을 통해 영구히 사용할 수 있도록 2012년 관련법이 바뀌었다. 김씨는 20여 년 전 구속된 동료 얼굴이 떠올랐다. 지하철 사고로 승객이 사망했고, 동료는 시설점검 미비로 인한 과실치사로 실형을 살았다. 전동차 내구연한이 폐지되면, 정비사들은 이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상황이었다. 김씨는 “내구연한을 폐지하면 지하철 전동차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 개정 반대 투쟁을 벌였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3년 개정법이 시행됐다.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 전동차의 60%가 만든 지 20년이 넘은 노후 지하철이다.

김씨는 2014년 7월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국회로 행진할 때 이들과 처음 만났다. 2015년 9월 세월호 인양 작업이 시작된 후 유가족들의 현장 접근이 어렵게 되자 이들은 침몰 수역이 보이는 동거차도에 움막을 짓고 인양선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광화문과 동거차도를 오가며 세월호 참사 후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기차, 고속버스, 배를 번갈아 타고 서울에서 동거차도를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4시간. 그렇게 동거차도에 도착하면 꼬박 2박 3일을 유가족과 함께 했고, 그마저도 바람이 불어 허탕을 치고 오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라도 세월호 참사 후 풍경을 필사적으로 담았던 이유를 김씨는 “먼저 살아온 세대의 미안함”이라고 말했다. “2013년 지하철 내구연한이 폐기되기 전, 시민들께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널리 알렸다면 그래서 그 개정안을 막을 수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죠. 항상 큰 사고가 터져야만 무언가가 바뀌어요. 지하철 노동자들이 전동차 화제 안전문제를 그렇게 지적했는데, 대구 지하철 참사 후에야 난연(難煙)처리된 의자로 바뀌었거든요.” 이번 전시 한편에 대구 지하철 참사 사진이 함께 실린 사연이다.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김정용씨 제공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김정용씨 제공

“지금 우리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 후 많은 사람들이 외친 ‘잊지 않겠다’ 말의 의미는 참사뿐만 아니라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거잖아요. 이 사진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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