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재요청했다. 주식 과다 보유 논란 등을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읽힌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즉각 반발하면서 정국이 더 꽁꽁 얼어붙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형배ㆍ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의 청문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헌법재판소의 업무 공백을 없애기 위해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18일을 기한으로 정했다.
18일까지 국회가 두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지 않는다면 19일에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임명안 재가는 문 대통령이 16∼23일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는 만큼 전자결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윤 수석은 “이 경우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의 퇴임 바로 다음 날인 19일 문형배ㆍ이미선 후보자가 새 재판관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주식보유 관련 의혹은 대부분 해명이 됐고, 결격 사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진행한 정례 간담회에서 “(이 후보자가) 대체로 노동문제에 관해 좋은 판결을 했다는 보고를 많이 받았다”며 “내부정보를 갖고 주식 거래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시중에는 이 후보자 부부가 ‘우리법연구회’가 아닌 ‘우리주식연구회’ 출신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며 “재송부 요청서는 국회에 대한 청와대발 항복요구서”라고 성토했다. 이어 “(한국당의 검찰 고발로)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을 대한민국 국민이 재판관으로 모시고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주광덕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2004년 9월 15일∼2005년 1월 31일 주식거래 48건의 상세 내역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90%가 근무시간에 이뤄진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오 변호사가 앞서 ‘법관 시절 점심시간에 주로 투자했다’고 한 해명을 반박하며 “법관이 국가공무원법상의 직무전념 의무를 위반해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나 하고 있던 것은 국민으로서는 경악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국민여론쯤은 무시하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임명을 강행해선 안 된다”며 “조국 민정수석을 경질하고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 국민 여론과 소통하고 국회와의 협치를 버리지 않겠단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