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체결된 한ㆍ일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를 일본 정부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외교관계의 신뢰성을 하락시킬 수 있어 적절하지 못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문용선)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을 뒤엎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측 입장에 관한 내용이 일본 측 동의 없이 외부에 노출됨으로써 외교적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신뢰가 하락하고 국익을 위한 대외적 외교활동을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관한 문제임은 분명하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침해되는 국민의 이익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해칠 우려가 있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정보 공개를 거부한 외교부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고,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듬해 2월 송 변호사는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2017년 1월 1심은 “12ㆍ28 위안부 합의로 이 문제가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피해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크다”면서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는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신체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였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한 채무의식 내지 책임감을 가진 문제로 사안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심 패소 뒤 송 변호사는 “일본이 한국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일본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 여부를 밝혀달라는 정당한 소송이었다”면서 “강제연행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일본이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할 수 있도록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상의해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의 기본적 책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