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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훈련 이어 전술무기 시험… 김정은, 대미 압박 저강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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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훈련 이어 전술무기 시험… 김정은, 대미 압박 저강도 시위

입력
2019.04.18 17:17
수정
2019.04.19 00: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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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군비 점검 행보… 북미회담 교착 불만ㆍ경고 메시지

“마음 먹으면 못 만들 무기 없다” 안보불안 해소, 내부 결속도 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김광혁(맨 왼쪽)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 등과 함께 망원경으로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김광혁(맨 왼쪽)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 등과 함께 망원경으로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비 점검을 재개했다. 연이틀 전투 비행 훈련과 전술무기 시험을 잇달아 지도하면서다. 북미 협상이 교착해도 대북 제재와 무관한 군사력은 계속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미 압박은 물론 내부 결속도 노린 저강도 시위라는 분석이다.

1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며 “전략무기를 개발하던 시기에도 늘 탄복했지만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 노동 계급이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칭찬했다.

중앙통신은 “각이한(여러 가지) 목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 시험에서는 특수한 비행 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으로 하여 우월하게 평가되는 이 전술유도무기의 설계상 지표들이 완벽하게 검증됐다”고 보도했다. 또 군수 생산 정상화와 국방 기술 최첨단화를 위한 목표와 함께 이를 관철하기 위한 과업ㆍ방도를 김 위원장이 제시했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 무기 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건 지난해 11월 신형 첨단 전술무기 시험 지도 뒤 5개월 만이지만, 군사 행보로 치면 16일 공군 부대를 찾아 전투기 비행 훈련을 지도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거치면서 집권 2기 진용을 완성한 김 위원장의 발걸음이 먼저 군으로 향한 것이다.

메시지의 핵심 내용은 미국을 향한 불만 피력과 경고라는 게 중론이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괄 비핵화 합의와 이행을 종용하며 제재망 이완을 단속하고 있는 미국에게 협상 중단 기간 동안 자기들의 국방력은 계속 강해질 테니 기다릴 테면 기다려보라는 식의 태연한 태도를 짐짓 드러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협상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일상적 군비 태세 관련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미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어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내용 함의가 적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해 제재 국면이 길어져도 제재와 무관한 재래식 무기는 계속 개발할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경제 건설에 매진하라는 인민 대상 독려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술무기 시험에는 핵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최소한 자위에 필요한 재래식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협상 테이블을 엎으려는 생각이 아닌 만큼 시위가 도발로 간주될 만한 수위는 아니다. 시험 대상이 파괴력이 강한 전략무기가 아니라 국지전에 사용되는 전술무기인 데다 그마저도 사진으로 공개하지 않은 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일 공산이 크다. 북한 매체들이 이번에 시험된 무기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단거리 유도 미사일 계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짐작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험을 금지한 무기는 핵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다. 군 소식통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아 분석이 필요하지만 탄도 무기가 아니어서 도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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