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이 부른 환경위기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이 원칙 
 ※ 국립생물자원관 전문가들이 동ㆍ식물, 생물 자원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3주에 한 번씩 토요일 <한국일보>에 연재합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감소로 동식물은 물론 인간의 삶과 질까지 위협받는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멸종위기종인 붉은 판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인류는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감소라는 심각한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생물다양성 감소를 주변의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어가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도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위기는 다른 생물들뿐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의 질과 미래를 위협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생물다양성의 주요 위협요인을 보통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서식지 파괴, 외래침입종, 오염, 인구증가, 남획이 그것입니다. 흔히 이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아 외우기 쉽게 HIPPO(하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런 위협요인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전 지구적인 세계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과거 국가 또는 지역 간에 존재하던 장벽이 점점 사라져, 지구 전체가 상품, 서비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하나의 시장으로 바뀌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른 나라의 목재나 천연자원을 얻기 위해 파괴되는 산림, 확대된 상품교역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외래종의 침입,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생기는 오염물질의 국가 간 이동 등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생태계 파괴의 예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계화의 흐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역설적으로 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또한 각 국가와 지역의 수준을 넘어서는 지구적 연대와 공동 대응에 있습니다. 국가 간의 장벽이 급격히 허물어져 생기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 또한 국경을 초월한 협력에 있는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탄자니아 하드자베족.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대상은 점점 넓어져 인류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전 세계는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환경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여러 국제협약을 만들었습니다.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막화방지협약(UNCCD)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협약을 만들고 지구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각 국가(당사국)가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잘 이행해나갈 때만 공동의 목표 달성이 가능해집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을 예로 들면, 당사국들은 자국의 생물다양성 현황을 국가보고서로 정리하고,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시행계획을 만들어 구체적인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빈곤한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는 또 다른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자연을 보호하려는 의지도 강하고, 정책적 뒷받침도 돼있으며,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자본과 기술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당장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자연파괴를 대가로 한 개발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고, 생태계 보전에 투입할 재원과 과학기술 또한 매우 부족한 형편입니다.

지구상에서 보전할 가치가 높으면서도 위험에 처해 있는 서식지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또한 큰 걱정거리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금의 지구 환경 위기의 책임의 대부분이 선진국에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환경협약들은 이러한 불균형과 불평등을 고려해, 지구의 환경 위기에 대해 모두 공동의 책임을 지지만, 선진국에 더 큰 책임을 지우는 이른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원칙 때문에 선진국은 개도국이나 저개발 국가에 대해 재원뿐 아니라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돕는 것은 스스로의 선한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가 서로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전할 가치가 높은 생물 서식지는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 풍부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개발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벌목으로 훼손되는 아마존 우림. 게티이미지뱅크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다른 나라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가 됐습니다. 경제 규모와 국가적 위상 또한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이에 걸맞은 노력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도국이나 저개발국가가 볼 때 우리나라는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빠른 경제발전의 경험뿐 아니라, 이에 대한 비용으로 발생했던 여러 환경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과학적 기술과 기반도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관리에 관한 경험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지식을 나누는 것은 협력국의 지속가능한 발전뿐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소중한 일입니다. 국내의 여러 정부 부처와 많은 생물다양성 관련 연구소들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지만 과학기술과 재원이 부족한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협력국의 자연보전 정책 수립을 돕는 일, 생물탐사를 통해 어떤 종들이 자연에 있는지 함께 밝히는 일, 교육을 통해 생물다양성 연구과 보전 기술을 가르치는 일, 생물자원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전파하는 일 등이 그 예입니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국가경제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존도는 높습니다. 생물다양성은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간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생물다양성 원조액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원조사업에서 생물다양성 부분이 차지하는 규모나 비중은 여전히 다른 원조공여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 이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5월28일부터 6월8일까지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제9차 해외 생물다양성 보전연구 인력양성 교육’에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탄자니아, 미크로네시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 9개 협력국의 관련 분야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른 국가에 대한 지원이 우리나라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많은 사람들은 지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국민이 낸 세금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쓰이는 점에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생물다양성 위기도,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도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부국과의 협력은 인류 전체를 위한 대승적 차원뿐 아니라 현실적인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국가들은 현재는 가난하지만 새로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입니다. 이들과의 생물다양성 협력은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의 밑거름이 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생물자원이 풍부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생물자원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나고야의정서의 발효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생물자원의 접근에 관한 승인 절차와 적절한 이익 공유 보장의 의무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나라의 생물을 별다른 절차 없이 가져와 상업화할 수 있었으며, 그 이익 또한 그 생물을 이용해 상품을 개발한 국가나 회사가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허락 없이 다른 나라의 생물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며, 생물을 이용해서 생긴 이익 또한 원래 그 생물이 서식하는 국가와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생물자원보유국은 자국의 생물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보다 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이용국, 특히 바이오산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생물다양성 협력을 통해 형성된 국가 간 신뢰와 네트워크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유용한 생물을 발굴하고, 산업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 서구 열강들이 자행해왔던 일방적이고 약탈적인 방식이 아닌,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공유를 통한 상생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2010년, 전 세계는 급격한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아보기 위해 아이치타겟이라는 20가지 공동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생물서식지의 감소를 막고, 외래종 관리를 강화하며, 산호초와 같이 취약한 생태계를 보호하는 등의 직접적인 관리 목표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생물다양성과 국가계획을 연계시키는 등 잠재적 요인에 관한 목표도 세웠습니다. 과학기술의 이전과 재원의 확충 등 국제적 협력에 관한 목표도 20가지 목표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2020년이 되면, 이 목표들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또 그 동안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평가하고,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만들 것입니다. 어떠한 목표이건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다양성 문제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과 전 지구적 연대입니다. 모든 생명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인간의 욕심이 가져온 이 환경위기는 결국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다시 힘을 합쳐야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주변의 작은 생명에 대한 관심과 생물다양성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일이 지구생태계를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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