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만 주빌리은행 사무국장 “채무자 개인회생 완주 제도적 지원 필요”
어린이날인 5일 경제난에 빠진 부부가 어린 자녀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먹고 살게는 해주면서 빚을 갚게 해야 하는데, 현 제도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서민 채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홍성만 사무국장은 7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회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5일 경기 시흥의 한 농지 앞 공터에서 A(34)씨와 부인(35), 아들(4), 딸(2)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7,000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고,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 월 80만원을 상환하던 중 최근 실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과 “사채 빚 때문에 A씨 부부가 힘들어했다”는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과다하고, 직업을 잃는 등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졌을 때를 감안한 보완책이 개인회생 제도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인회생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 채무자의 빚을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하는 제도다. 채무자의 실질소득에서 법정생계비(중위소득 60% 기준)를 뺀 금액을 3~5년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해준다.
월 납부금 산정과 관련, 홍 사무국장은 “판사 재량이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상환액을 좀더 상향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들의 관점에서는 징벌적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때문에 월 상환액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홍 사무국장은 “지난해 법률구조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개인회생 포기율이) 27%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가 실제로 보면 50%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채무자들까지 속출하기도 한다. 홍 사무국장은 “상환액이 채무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이 잡히다 보니 또 대출을 받는다”면서 “대부업체에 개인회생 신청자 대상 대출상품이 있는데 고이율에 아주 약탈적”이라고 비난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병이나 실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잃었을 때를 대비한 특별면책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홍 사무국장은 “신청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고, 실제 법원에서 특별면책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개인회생 중 지난해 하반기 말기암 판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술 받고 일을 못하게 돼 특별면책을 신청했는데 채권사 중 대부업체 한 군데가 동의하지 않아 면책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홍 사무국장은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있는 법정생계비를 높이고, 추가 생계비를 적극 인정해 줘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을 완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또한 갑자기 직장을 잃거나 큰 병을 얻은 경우 상환 유예나 상환 의무 감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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