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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본위원회 헛바퀴에 의결기구 없이 변칙운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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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본위원회 헛바퀴에 의결기구 없이 변칙운영 추진

입력
2019.05.08 18:48
수정
2019.05.08 22: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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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사노위 제4차 운영위원회'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회적 대화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시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사노위 제4차 운영위원회'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회적 대화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시스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앞으로 의결기구인 본위원회를 열지 못하더라도 의제별ㆍ업종별 위원회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8일 밝혔다. 본위원회 위원인 근로자 대표 가운데 비정규직ㆍ청년ㆍ여성위원 3명이 두 달째 본위원회 참석을 보이콧하면서 경사노위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공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아예 이들을 배제한 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파행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경사노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출범한 경사노위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계층별 대표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경사노위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행 규정은 산하 위원회가 합의문을 만들면 이를 본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이후 관련 정부 부처에 송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본위원회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일부 안건에 대해선 앞으로는 비공식 협의체에서 논의를 지속하고 이후 본회의가 정상화되면 다시 공식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먼저 지난달 29일 본위원회가 무산돼 설치가 지연됐거나 이미 운영시한이 종료된 산하 의제별 위원회는 비공식 모임 형태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따라 노선버스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논의할 버스운수산업위원회(가칭)는 공식 발족은 못한 채 준비위원회가 명칭을 이어받아 계속 논의하게 된다. 국민연금 개편안을 논의해 오다 운영시한이 종료된 국민연금특위 역시 기존 위원을 중심으로 논의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위원회는 이후 본위원회가 정상화되면 새롭게 공식위원회를 재구성하고 논의 결과를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 연장 합의문 등 소위원회에서 합의했으나 본위원회 의결에 실패했던 합의문 3가지에 대한 논의는 종결하기로 했다. 국회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합의안대로 입법되도록 노사정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초에 본위원회에 비정규직 위원 등을 포함시킨 취지가 사회적 약자의 의견까지 반영하려는 취지였는데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의결권을 무력화한 셈이 됐다. 게다가 이날 운영위는 위원 해촉 규정을 신설하도록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운영 효율화를 위해 법을 보완하는 과정이라지만 계층별 위원들에 대한 압박으로 비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절차적으로 편법을 썼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경사노위로 바꾼 이유가 (사회적 합의이지) 대화를 활성화 하기 위해 바꾼 게 아닌데 정치적 효과만 극대화 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사회적 대화는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면서 “합의의 수월성만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계층 대표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청년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경사노위는 계층별 위원의 주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만 수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대화를 주고 받는 방식인가”라며 되물었다. 비정규직 대표인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힘있는 노사단체가 좌지우지하는 경사노위 운영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계층별 위원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놓았다”며 “오늘 결정한 내용도 사실 본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는 편법운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경사노위가 계층별 위원 3인의 반대로 계속 공전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라면서 “계층 대표들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 회의체가 아닌 소모임이나 포럼 등 다양한 형태로 실질적 대화체를 구성해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라면서 “어떤 논의도 본위원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공식적으로 관계부처나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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