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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 대란’ 오나… 소각장 부족해 병원에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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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 대란’ 오나… 소각장 부족해 병원에 쌓여

입력
2019.05.13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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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신규 설치 반대, 정부 규제 강화로 사태 악화… “감염 없으면 일반 소각을”

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계약돼 있던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가 사정이 생겨 다른 업체에 문의했으나 다들 물량 초과로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관할 구청 담당자와 한강유역환경청 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아 의료폐기물 처리 유예 승인을 요청했더니 ‘천재지변이 아니어서 승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병원 내에 쌓여가는 의료폐기물에 대해 관계 당국에 문의했으나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 담당자에게도 ‘관할 구청과 의료폐기물 보관기간 연장 가능 여부를 협의하라’는 말만 들었다”면서, “이렇게 의료폐기물을 쌓아놓다가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12일 환경부와 병원,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따르면 전국 13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현재 최대 소각 가능 용량인 24만6,000톤의 90% 수준을 처리하고 있다. 100%에 이를 경우 의료폐기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1회용품 사용이 늘었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요양병원이 늘면서 의료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폐기물 관리기준까지 촘촘해져 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2011년 12만5,000톤이었던 의료폐기물은 6년 만인 2017년 21만9,000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의료 폐기물 연간 발생량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의료 폐기물 연간 발생량_신동준 기자

현재 의료폐기물은 지정업체를 통해 소각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폐기물 양이 급증하는 반면 소각시설이 부족해 처리 비용이 3년 사이 100%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용을 들여도 소각시설의 처리 용량이 부족해 의료폐기물 처리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수거가 지연되면서 의료폐기물 보관기간 초과로 과태료를 내는 곳도 생겨나고 있고, 소각시설을 찾아 원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의료폐기물의 원거리 운반은 감염 우려 등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소각시설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로 신규 설치는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다. 충북 괴산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소각 시설은 주민의 격한 반대로 건설이 중단됐고, 경북 고령과 충남 논산의 소각 시설은 주민 반대로 증설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계는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해 의료폐기물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적절한 대안도 없이 규제만 강화해 의료폐기물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현행법은 일반폐기물로 배출해도 되는 것까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놓아 의료폐기물 배출이 늘어나고 처리비용도 급증하고 있다”며 “의료폐기물 분류기준을 감염 위해성 등을 고려해 현실화하고, 일반 의료폐기물은 일반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 초 환경오염이나 인체 위해도가 낮은 의료폐기물에 한해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보다 처리용량이 큰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맡길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반 요양시설에서 나오는 감염 우려 없는 일회용 기저귀는 일반 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했으나,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에서 나오는 기저귀는 모두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나오는 일회용 기저귀 중 감염 우려가 없는 것을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병원 내 멸균시설을 이용해 멸균처리한 폐기물을 일반 폐기물로 배출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학교 200m 이내 구역에는 폐기물처리 시설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멸균처리 시설이 있는 병원마저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기존 소각장을 다소 확장하고, 병원에서 생활쓰레기가 의료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계도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의료폐기물과 관련해선 감염 우려 때문에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상윤 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 감염 우려가 있는 것이 50% 이하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료폐기물과 관련해 병원의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안전을 고려해 법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고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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