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됐다 구출된 한국인 A씨가 피랍 전 여행경보상 철수권고 국가인 말리도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치료비, 귀국 비용 등을 국가가 부담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A씨가 관련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고 13일 외교부는 밝혔다.
약 1년 6개월 전 세계여행을 시작한 A씨는 올해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한 후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베냉 공화국으로 이동하던 중 납치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이중 모로코와 세네갈은 여행경보 1단계인 여행유의(남색) 지역이지만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북부지역 4개주는 3단계 철수권고(적색) 경보가 발령된 곳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의 경로를 살펴봤을 때 상당히 위험한 지역을 통과한 것은 객관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A씨가 여행 지역의 위험 수준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 휴대폰을 해외로밍할 경우 외교부가 발송하는 해외안전정보 문자메시지가 제공되나, 그 외엔 해외 여행객 동선을 정부가 일일이 추적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법이 없다. 현행법 상 방문 시 행정 및 사법적 처벌이 가능한 대상은 여행금지(흑색ㆍ4단계) 경보 발령 지역이라 철수권고 지역은 여행한다 해도 제재를 할 수도 없다. 외교부는 이에 13일 오후 부르키나파소 동부의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ㆍ황색)에서 3단계로 올리고 베냉 북부에도 3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외교부 당국자는 “대외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재외공관 및 외교부 홈페이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안전여행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A씨의 송환 비용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정부 지원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사건ㆍ사고를 겪었더라도 본인 또는 연고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정부가 의료 및 송환에 드는 긴급구난활동비를 지원하는데, A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외교부의 판단이다. 다만 당국자는 “조금 더 정밀한 것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납치 사유는 프랑스 당국이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A씨가 부르키나파소 동부 파다응구르마에서 버스를 타고 베냉으로 향하던 중 무장괴한이 습격해 A씨와 미국인 1명을 납치한 것은 맞지만, 이후 납치 세력은 한국 정부에 아무런 접촉도 해오지 않았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말리에 근거지를 둔 극단주의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를 납치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A씨가 약 한 달의 억류 기간 중 폭력 등 학대를 당하거나 영양 상 심각한 문제가 포착되진 않았지만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외교부는 보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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