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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기업] 컨설팅 통해 축적된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진출 노린다”…인실리코 최승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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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기업] 컨설팅 통해 축적된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진출 노린다”…인실리코 최승훈 대표

입력
2019.05.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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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발수제 ‘에코핏’ 글로벌 시장 노려

연구정보 종합관리 플랫폼 ‘테크네 마인’ 개발

감온 마이크로캡슐 기술은 세계 1위 자신 

(주)인실리코 최승훈 대표. (주)인실리코 제공
(주)인실리코 최승훈 대표. (주)인실리코 제공

환경 보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며 산업 다방면에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 오는 2020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불소계 발수제가 규제의 대상이 될 예정이다. 불소계 발수제는 발수 성능이 뛰어나 텐트, 스포츠 웨어 등 의류 전반에 널리 사용되지만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 사람이 흡입하면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암을 유발하며 호르몬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선도 의류 업체들 또한 발 벗고 나섰다. 나이키, 아디다스, 버버리 등은 2020년부터 유해 화학물질 제품의 단계적 퇴출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비불소계 발수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화학 IT 융합 전문기업 (주)인실리코는 친환경 발수제를 요구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맞춰 2008년 비불소계 발수제 개발에 착수, 올 초 ‘에코핏(Eco-Fit)’을 출시했다.

인실리코 최승훈 대표는 에코핏 개발 배경에 대해 “아직까지 현장에서 대부분 불소계 발수제를 사용하지만 2020년부터 시장이 열린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현재 선진사의 90퍼센트 성능을 따라잡았다. 올 연말까지 최고 제품을 넘어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실리코는 이를 위해 기존의 생산공장을 이전하고 규모를 500평에서 2,000평으로 확충했다.

인실리코는 국내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강점을 갖추고 있다. 

발수제의 특성상 원단의 종류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거나 공정 후 질감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외산 브랜드의 경우 원단 테스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실리코는 원단과 발수제 테스트를 거쳐 어떤 원단이 적합한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에코핏의 두번째 버전은 제품 성능 개선은 물론 국내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인실리코는 마이크로 캡슐에 대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 캡슐이란 외부환경에 민감한 성분을 코팅해 물질의 효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다양한 조건에 따라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초미세 입자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캡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캡슐.

인실리코는 온도와 빛에 반응하는 감온·감광 마이크로 캡슐(Chameleon T, Chameleon UVC), 열에 의해 지워지는 마이크로 캡슐(SpyBall), 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마이크로 캡슐(AromaBall), 다양한 기능성 마이크로 캡슐군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 캡슐은 열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 배전판, 벌레퇴치 액세서리, 항균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인실리코가 보유한 마이크로 캡슐 기술에 대해 “작은 시장이지만 감온 캡슐의 경우 세계 1위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신소재 물질 개발 컨설팅 업체로서 고객사의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방법론, 아이디어 등을 접해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었다”면서 “연구 컨설팅 업체로서 위탁 연구 서비스를 제공하며 간접경험이 축적 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인실리코는 삼성SDI, 현대자동차 그룹, SK바이오팜 등 쟁쟁한 국내 기업을 도왔다.

인실리코가 수행하는 위탁연구 서비스는 인실리코(in sillico) 방법론을 적용해 고효율 저비용의 연구 개발을 가능케 한다. 실험실이 아닌 컴퓨터 내에서 이뤄지는 가상실험으로 분자를 그린 후 모의 실험을 통해 물질의 특성을 미리 예측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바이오, 화학 분야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재 등에 쓰일 적합한 후보물질을 찾는데 쓰인다. 더불어 인실리코는 전문 인력을 보유해 고객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신물질 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인실리코는 연구정보 종합관리 플랫폼인 ‘테크네 마인(TechneMINE)’을 출시하기도 했다. 테크네마인은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연구 데이터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 대표는 테크네마인에 대해 “연구원들이 퇴사하면 퇴사자의 연구 노트에 기록된 정보가 회사 내 자산으로 남지 않고 없어진다”면서 “연구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중복 실험을 방지하고 인공지능 해석 등을 가능케 해 고효율 저비용의 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테크네마인은 해외 경쟁업체들과 달리 시약정보, 물질정보, 연구노트 관리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면서 “추후 테크네마인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승훈 대표와 일문일답.

“사업하다 보면 무엇을 포기할까 판단하는 것도 중요”

“연구정보 종합관리 플랫폼 ‘테크네 마인’ 클라우드 개발”

연구정보종합관리 플랫폼 ‘테크네 마인’
연구정보종합관리 플랫폼 ‘테크네 마인’

- 인실리코 방법론을 이용하면 실제 실험이 완전히 대체 될 수 있나?

“’그렇다 아니다’를 떠나 유효성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인실리코 테크놀로지가 실제 실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건 실험이다. 그러나 인실리코 테크놀로지는 실험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 가령, 적합 물질을 찾는 실험을 수행할 때 천 번, 만 번 할 것을 ‘성공 가능성이 좋은 열 개만 해보자’고 했을 때, 후자가 훨씬 더 효율적이다. 정확도가 100프로는 아니어서 실제 실험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사전 단계에서 고효율 저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실험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불소계 화합물이 환경 및 건강에 치명적임에도 왜 사용됐나? 또 어떤 경로로 악역향을 미치나?

“불소계 화합물은 에어컨 냉매와 같이 후기에 문제가 발견된 경우다. 프레온 가스는 열용량이 굉장히 크고 가격도 싸 아주 이상적인 연료다. 초기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불소계 화합물의 구조를 보면 탄소분자에 불소가 달려 있다. 그런데 탄소분자에 붙어 있는 불소가 옷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때 피부의 손상이 있을 수 있다. 또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경우 발암성을 띤다.”

-스마트 연구개발 플랫폼이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다.

“3,4년 전만 해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데이터를 중앙화해 관리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벽이 있었다.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벽이 많이 허물어졌다. 소위 말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붐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선도기업의 5퍼센트가 스마트 연구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적은 수지만 4,5년 후에는 모든 연구정보가 플랫폼 베이스로 관리 될 거다. 이미 생산 정보는 10년 전부터 중앙화 돼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나? 또 창업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삼성SDI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소재를 개발하는데 시뮬레이션을 통해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일을 했다. 당시 내가 제안한 물질이 디스플레이와 굉장히 잘 맞았고 성능이 좋아 상을 탔다. 그런데 디스플레이 개발자들의 이름이 앞에 있고 내 이름이 제일 뒤에 있더라. 분자 설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은 것이다. 당시 꽤 큰 상이었고 고과도 좋았지만 설계를 기반으로 한 일들이 좀 더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연구원 출신이라 인사 재무 전략 등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어볼 수 있는 네트워크도 없었다. 초기 창업에 굉장히 어려웠다. 혼자 공부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강의도 듣고 하면서 극복했다.”

-회사를 운영하며 얻은 좌우명이 있다면?

“사업을 묘사하는 말로 ‘선택과 결정’ 혹은 ‘선택과 집중’ 등이 쓰인다. ‘선택과 포기’가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선택하면 결국은 집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을 하다 보면 특정한 시기에 무엇을 포기해야 할 때의 결정에 어려움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결정에 대한 기준은 위험은 감수하는데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한다. 그래서 느린 것 같기도 하다. 함께 창업을 시작한 사람들 중 기업을 엄청 크게 성장 시킨 사람이 많다.”

-앞으로 인실리코가 나아갈 방향은?

“우리는 차별된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차별된 기술을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연구 및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권경연(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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