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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우울해 하는 우리 부모님, 혹시 노인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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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우울해 하는 우리 부모님, 혹시 노인 우울증?

입력
2019.05.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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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명 중 1명은 우울증 환자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처럼 보이기도

완치 가능…포괄적 치료방법 필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뜻 깊은 기념일이 가득한 가정의 달입니다. 바쁜 일상 탓에 평소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했던 이들도 이맘때면 부모님 생각에 ‘어버이날 선물’, ‘부모님 효도여행’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기념일이 많다 보면 자식들의 무관심함 또는 자식과 손자들이 잠시 머물다 떠난 자리에 더 큰 공허함과 우울감을 느끼는 부모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노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 우리 부모님도 평소 외롭고 우울해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약 5%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주요 우울증을, 그리고 그보다는 가볍지만 우울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울증을 경험하는 노인이 약 5% 정도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거의 매일 우울증상을 느끼는 노인환자에, 매일은 아니더라도 하루에 절반 이상 기분이 저하돼 있는 아증후군적 우울장애 노인까지 합치면 노인성 우울증 유병률은 대략 20%까지 증가합니다.

◇노년기 여러 상실과 함께 밀려오는 우울증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뇌의 질환입니다. 기분, 의욕, 수면 등을 조율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발생하게 되는데, 노인의 뇌는 여러 가지 신체적 질병, 뇌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 의해서 젊은 사람의 뇌에 비해 더 취약한 편입니다.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약해진 뇌에 노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여러 종류의 상실과 스트레스들이 더해지면서 노인 우울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노화 또는 퇴직으로 인한 생활습관의 변화, 사회 활동의 감소로 인해 불규칙해지는 생활패턴, 운동량과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체 리듬에 교란이 발생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고, 그 밖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배우자나 친구와의 사별, 신체적 질병에 의한 기능 저하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노인 우울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또한 배우자가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 치매 등을 앓고 있는 경우 간병 부담으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비해 잠도 잘 못 주무시는 것 같고, 식욕도 좀 떨어진 것 같고, 우울해 보이는데 막상 기분을 물어보면 “별 문제 없는데? 괜찮은데?” 라고 대답하신다면 가족들은 헷갈리게 됩니다. 노인성 우울증은 주관적으로 우울하거나 슬프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실제로 본인도 기분은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1)이전에 비해 “사람 만나기가 싫어, 나가기가 귀찮아” 하면서 사회 활동이 줄어든다면 2) 집에서도 이전에 비해 TV나 취미 활동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3)“몸이 아프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 등 여기저기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4) 전에 비해 예민해지거나 작은 일에 서운해 하거나 짜증이 늘어난다면 5) 수면이나 식욕에 변화가 생긴다면, 노인성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만약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하신다면 그 때에는 바로 진료를 봐야 합니다. 

◇치매일까 vs 노인성 우울증일까?

일반적인 성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에 비해 노인성 우울증은 기억장애나 집중력장애가 심해 마치 치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본인도 “기억력이 떨어졌다, 치매가 온 것 같다” 등의 인지저하증상을 많이 호소합니다. 때문에 노인성 우울증을 ‘가성치매’라 부르기도 하는데, 반대로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증상으로서의 인지기능 저하를 감별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우울증이 호전되고 난 후에도 인지장애가 지속되는지 여부입니다. 기분이 우울했던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인지 장애가 지속될 때는 치매로 인해 나타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은데,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감별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울증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
우울증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

노인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체 질환 및 정신(인지) 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최근 복용한 약물에 대해 확인하고, 우울증을 일으키는 신체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도 필요합니다. 즉 기초적인 문진과 정신상태·신경인지·혈액검사·뇌영상 검사를 통해 노인성 우울증 및 그 원인을 진단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치매가 같이 진단이 되거나 치매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경우, 치매의 원인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 진행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됩니다. 노인성 우울증과 치매는 진단에서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인지기능과 기분에 대한 평가를 진단 초기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우울증 치료제가 개발돼 약물치료로 약 70%까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 외에도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전기경련요법, 경두개자기자극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기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 우선은 가까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해서 상담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방과 치료를 위한 비약물적 방법으로는 적절한 신체 활동과 사회 활동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걷기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 간병 등으로 힘들어하시는 경우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등 실제적 부담을 줄여드릴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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