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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눈치 보며 미적…” 개성공단 카드 다시 꺼내든 북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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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눈치 보며 미적…” 개성공단 카드 다시 꺼내든 북한, 왜?

입력
2019.05.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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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 선전 매체 통해 연일 남측에 ‘재가동 나서라’ 촉구 

 당장 기대하기보다 한미 제재 공조 흔들려는 목적인 듯 

신한용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제9차 방북 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용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제9차 방북 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선전 매체를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라고 다시 남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남한 당국이 외세 눈치를 보며 남북 간 협력 약속의 이행을 미적대고 있다”면서다. 남측을 압박해 한미의 대북 제재 공조 체제에 균열을 내보려는 심산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13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제하 개인 필명 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협력 사업을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논의한다는 남측 입장을 거론한 뒤 “남조선 당국이 자체의 정책 결단만 남아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계속 늦잡고(미루고) 있으니 이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매체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박근혜(전 대통령) 역도의 독단적인 개성공업지구 폐쇄 조치에 대해 누구보다 격분을 표시하던 현 남조선 당국이 무엇 때문에 스스로 대북 제재라는 족쇄에 저들의 수족을 얽어매 놓고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지지 않는다면 북남관계의 전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요구는 최근 처음이 아니다. 전날에도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이 ‘진정한 태도와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제하 글에서 남측이 “(미국의) 승인이니, 제재의 틀이니 하면서 외세에게 협력 사업에 대한 간섭의 명분을 주고 있다”며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역사적인 북남선언을 고수하고 이행하려는 원칙적인 입장과 자세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사전 준비 및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섬유 수출과 대북 합작 사업 등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2017년 9월)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안보리 결의 2375호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2월까지 존재하지 않던 제재 결의다. 2017년 잇단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핵 능력 고도화에 열을 올린 북한이 공단 재가동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때문에 북한이 새삼 개성공단 카드를 꺼내든 게 당장 재가동을 기대해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은 연말을 미국 측의 전향(轉向)에 따른 북미 협상 재개 가능 시한으로 제시한 북한이 미측 대답과 남측 변화를 재촉하기 위해 압박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제재 유지ㆍ강화가 목적인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흔들어 제재 만능론과 양국 간 공조를 교란하는 한편, 향후 관계가 망가지더라도 남측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핑계거리를 만들어두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남측의 반(反)민족 행위로 매도하고 있는 건 미국과의 제재 공조만이 아니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북남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 제하 글에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외세와 결탁해 우리에 대한 적대 행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군사적 대결 망동 때문”이라며 “엄중한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글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거론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동족 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야기시킬 수 있는 군사 행동을 그만두고 정세 완화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적극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남측에 주문했다. 외세인 미국의 경제적ㆍ군사적 대북 적대 행위들을 같은 민족으로서 말리기는커녕 거들어서야 되겠냐는 대남 불평이자 항의인 셈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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