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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사회 온정주의 탓 문제교사 못 걸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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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사회 온정주의 탓 문제교사 못 걸러내”

입력
2019.05.15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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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 교육디자인네트워크

“성희롱 교대생 강력처벌” 성명

교대 입시ㆍ임용 대수술도 촉구

교원시민단체 '교육디자인네트워크' 소장인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잇따른 교대 성추문에 대해 "인성평가가 없는 예비교원 선발과 임용 체계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천 교수 제공
교원시민단체 '교육디자인네트워크' 소장인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잇따른 교대 성추문에 대해 "인성평가가 없는 예비교원 선발과 임용 체계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천 교수 제공

“문제 교사를 걸러 내려 하지 않는 교직 사회 내부의 ‘온정주의’가 문제다.”

촌지와 체벌, 학사 비리가 만연했던 과거와 완연히 달라진 교육현장이지만 아직까지도 ‘스쿨 미투’의 가해자로 지적되거나 성적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른 교사들이 버젓이 교단에 서고 있는 경우가 있다. 교원시민단체인 교육디자인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성천(47)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원인 중 하나로 문제 교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지 않는 교직 사회의 온정주의를 들었다.

교육디자인네트워크가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에 대해 “유기정학 처분을 받은 가해학생들을 재심의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낸 것도 이 같은 생각에서다. 앞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학생들이 여자 신입생의 외모를 품평하는 책자 등을 만들고 단체 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서울교대 측은 학생들에게 유기정학과 상담교육 이수명령 등 징계를 내렸다. 현직교사들이 주축이 돼 교육관련 연구자, 학부모 등 약 500여 명이 소속된 교육디자인네트워크는 교원단체 중 유일하게 서울교대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교사를 꿈꾸는 학생뿐 아니라 현직교사들까지 학생을 향한 성희롱 발언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전교조, 교총 등 많게는 회원 수십만 명이 소속된 교원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 이 성명이 나오기까지 단체 내부에서도 ‘같은 교직에 있는 사람들끼리 너무 가혹하게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일부 문제가 있는 교사들 때문에 교직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고 교원 양성과정 자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교사들 스스로 ‘문제 교사’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시스템을 지적하는 게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 판단했다”고 성명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혁신학교 및 교사론 등의 강의를 하지만 그 역시 과거 20년 가까이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친 교사였다. 김 교수는 “‘같은 편끼리’ ‘좋은 게 좋은 것’ 식으로 교직사회에 내재돼 있는 온정주의 탓에 문제 교사들이 수십 년 간 교직에 서는 경우가 많다”며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직이 진정한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윤리와 책무성의 관점에서 엄격한 기준을 세워 자정 활동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단체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성명 발표에 힘을 보탠 이영희(49)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역시 “교원단체나 교수집단으로선 본인들이 문제 (예비)교사들을 잘못 양성한 걸 인정한 꼴이 되니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임을 모두 알고 있지만 교직사회의 ‘감싸기’로 이를 드러내고 있지 않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했다.

애초 이들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시스템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별다른 인성검사나 역량평가 없이 수능과 내신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교대(사범대) 입학전형은 물론, 필기시험 비중이 압도적인 현행 임용고사 체계에 대한 ‘대수술’ 없이는 교사 비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능 점수로 교대에 들어가고 노량진 임용학원에서 암기만 하다가 교사가 되는 전근대적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 역시 “모두가 미래교육을 말하면서 유독 교원 양성 시스템만 5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교사 자질에 대한 철학 없이 교사를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인식한 결과가 성추문 사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역시 이 단체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홍섭근(40)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도 “교대 입시과정에 교사 추천서를 요구하는 등 인성 평가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교대 성추문 사태는 “임용 합격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된 대학들이 교사로서의 기본 소양과 자질을 기르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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