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앙부처 공무원 육아휴직 남성 29%… 전년보다 6.5%p 늘어
휴직자 급여 상한액 올리고 경력 인정 3년으로 확대 등 영향
“아이가 ‘아빠가 싫다’고 했는데 육아휴직하고 난 후로는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제일 소중한 건 가족이고, 그래야 또 열심히 근무할 수 있으니까요.”
석종현(42) 교육부 산학협력정책과 주무관은 지난해 7세 아들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감행’했다. 잦은 야근으로 아들과 저녁 한 끼 할 시간조차 없다 보니 ‘아빠가 싫다’고 하는 소리에 충격을 받아서다. 맞벌이하는 아내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가사와 육아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석 주무관은 “그동안 아내가 제가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만큼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생각했다”며 “와이프의 일ㆍ가정 양립과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쌓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해 육아휴직을 결정했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부터 ‘아빠육아’ 바람이 불고 있다.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중앙부처 공무원 9,154명 중 남성이 2,652명으로 29.0%를 차지했다. 2013년 928명으로 13.2%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30%를 육박하게 된 것이다. 전년보다 1.3~4.6%포인트씩 늘던 추세가 특히 지난해에는 6.5%포인트 느는 등 큰 폭으로 뛰었다. 여전히 남성의 육아휴직이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전제했던 정책과 인프라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1년간 육아휴직을 쓴 박종복(35) 인사처 연금복지과 사무관은 “애들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육아휴직수당이 월급의 절반도 안돼 항상 절약해야 했다”며 “수당이 조금만 더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문제다. 수당의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은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 도입된 이른바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육아휴직급여특례)’를 확대했다. 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쓸 때 두 번째 휴직자에게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제도다. 당초 150만원이던 상한액을 지난해 200만원으로 올렸고, 올해 또 250만원까지 높였다. 대개 두 번째 육아휴직자가 남성인 만큼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활성화에 역할을 했다는 게 인사처의 분석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쉬는’ 시간이 아닌 경력(승진소요최저연수)으로 인정해주는 범위도 3년으로 확대됐다. 승진이나 근무평가에서 뒤처져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첫째 자녀의 부모가 모두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할 때 최대 3년까지 경력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둘째부터는 조건 없이 3년까지 휴직기간이 경력으로 인정된다. 석 주무관은 “조직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육아휴직 쓰는 걸 장려하는 편”이라면서도 “한창 일을 해야 하는 때인데다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복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동구(39) 고용부 부산고용청 울산지청 감독관은 두 자녀를 위해 지난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동료들 생각에 잠시 망설였다. 그는 “육아휴직으로 빠지는 공백을 대체해야 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지막까지 고민이 됐다”며 “후임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인사 때 맞춰 육아휴직을 쓰게 되는데 제도적으로 대체인력 지원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임의규정으로만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던 업무대행 공무원 지정을 의무화했다. 이처럼 제도는 점차 정비되고 있지만 밑바닥에서부터의 인식의 전환은 아직 더디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직사회에서부터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며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가 민간으로까지 퍼질 수 있도록 장려 정책을 계속 펼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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