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ㅇ녀합뉴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두고 대미 압박용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직진적 성격이 강한 ‘압박’으로 코드화되면 다른 방어적 해석은 힘을 잃고 호전성과 절박성이 도드라지게 된다. 일찌감치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판정하는 분위기에다 동해 사거리만큼 서울과 계룡대가 목표권이라는 추론까지 나온다. 가능한 해석이다. 하지만 위협성만 강조하기보다는 북한의 복잡한 속내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발사에 앞서 북한은 몇가지 힌트를 줬다. 이름을 바꾸고 규모만 조정된 한미연합훈련들과 한미 군사활동에 대한 불만이다. ‘동맹19-1’ 연습, 쌍용훈련, 한미연합공군훈련, 사드 전개 훈련, RC-135와 피스아이를 동원한 정찰감시 활동, 한미 불법환적 단속 훈련, F-35A 실전배치 등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 등에서 한미연합훈련 완전 중단을 요구하며 미국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된 패턴이 하나 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대응태세 차원에서 북한이 하는 무력시위다. 훈련을 명분 삼아 험한 언술을 동원하지만, 사실 ‘반접근’ 차원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 한미연합상륙훈련이나 미 전략자산 전개 시 북한은 숨가쁘게 움직인다. 이때면 방사포나 단거리급 발사훈련으로 긴장감이 가득하다. 2014년 대규모 한미 해병대 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 기간 북한은 무려 70여 발의 프로그 미사일을 동해상에 쏘았다. 이는 하나의 구조화된 패턴으로 자리 잡아 왔다.

2018년엔 그 패턴이 깨졌다. 2017년 11월29일 이후 최근까지 북한은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과 함께 이렇다 할 화력훈련을 하지 않았다. 아마 2018년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한 공세적 군사활동이 없었던 해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려는 걸까. 하노이 회담까지 북한은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제재만 두터워졌다. 지난해 7월 이후 미국은 교착 국면을 제재 추가조치로 압박했다. 대화하자며 제재로 옆구리를 찌르는 미국의 ‘이중성’,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의 대미 비난 단골 메뉴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을 보며 김 위원장이 군부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군부 사기와 통치 차원, 그리고 하노이 ‘노딜’의 민심 수습 차원에서 보면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미연합훈련에 맞대응하는 저강도 미사일 시위를 이어가면서 한미에 북의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환기시키고 싶을지 모른다.

김 위원장은 북미 장기 대치를 염두에 두고 ‘자력갱생’ 모드를 강조하는 한편 국방공업의 주체화ᆞ현대화 실현 및 국가방위력 향상을 강조했다. 이번 단거리 발사체도 그 일환일 수 있다. 2014년 6~8월 김 위원장 참관 아래 ‘초정밀 전술유도탄’, ‘전술로케트탄’ 등의 이름으로 진행된 일련의 발사실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짝 실험하고 사라졌던 이 무기는 2018년 2월8일 건군절 열병식에 등장한 KN-21, 11월16일 첨단전술무기 시험, 올해 4월17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등의 개발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겐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드러내며 한미연합훈련 및 무기반입 중단, 적대시 정책 청산 등 안전보장의 전면화, 톱다운 방식의 걸림돌인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 등으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겐 자주적 태도와 당사자 역할 제고를 압박하고 있다. 안으론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내부를 추스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협상 타결의 절박함, 하노이 내상의 치유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위협의 확대해석보다 건설적 해법의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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