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진행하는 돌잔치 프로모션.

콧대 높던 서울 시내 호텔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호텔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며 관광객 외에 가족 단위 고객들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 서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22개 호텔 브랜드 중 10개 업체(JW메리어트 서울,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등)가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베이비페어’에 참가했다.

세계 130개국에 7,000개가 넘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국내에서 유아용품 전시회에 참가한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돌잔치를 준비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돌잔치는 결혼식과 달리 장소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아서 호텔들이 점점 확대하고 있는 사업 분야”라고 말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행보는 현재 호텔업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3년 191개였던 서울 지역 전체 호텔 수는 2018년엔 440개로 2배 이상 뛰었다. 특히 호텔이 몰려 있는 중구에선 2013년 36개였던 호텔이 지난해 96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영등포구 호텔도 2013년 8개에 불과했지만, 20개가 더 생겨 2018년 28개가 됐다. 2015년 관광진흥법 개정안으로 학교 앞 호텔 건립까지 허용되면서 이젠 “한 집 걸러 한 집이 호텔”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서울 시내 호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각 호텔들은 관광객에 의존해선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더구나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들이 늘면서 성수기인 7~9월마저 공실이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결혼식이나 돌잔치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한 유치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한번 행사로 목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식이나 돌잔치가 ‘남는 장사’다. 그러니 문턱을 낮추는 전략으로 고객 유치에 경쟁적으로 힘을 쏟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주요 지역별 호텔 수. 박구원기자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의 ‘루프톱 가든 웨딩’.

이 같은 흐름에 주요 호텔들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오는 9월까지 돌잔치를 예약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7~9월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을 웨딩 케이크나 장식용 생화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은 지난 9일 아예 예비 부부와 웨딩업체 관계자 100여명을 초청해 ‘웨딩 페어’도 열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규제가 풀린 영향으로 최근 문 여는 호텔들이 늘어나 서울 호텔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호텔들의 생존 방식이 점차 가족 행사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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