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중 무역전쟁 속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갈등은 해결책 도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인 신호를 국제사회에 잇따라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 투하 여부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룬 데 이어, 캐나다ㆍ멕시코산(産)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기존 고율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교착 국면에 빠져 있는 가운데, 여타의 무역 분쟁과 관련해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전날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할지에 대한 결정을 6개월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요 수출국인 일본, 유럽연합(EU)과 현재 개별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자동차 관세 문제를 이들 당사국과 계속 논의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남겨두겠다는 결정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 관세 인상의 예외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 동안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수입된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의 자동차업계, 나아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 문제를 조사한 미 상무부의 지난 2월 보고서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까지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 막판에 ‘6개월 연기’ 발표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복 조치를 준비해 둔 EU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로선 한시름 걱정을 덜게 됐다.

무역 분쟁과 관련한 미국의 ‘유화 제스처’는 이뿐이 아니다. 자동차 관세 연기 결정이 발표된 지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캐나다ㆍ멕시코산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물려 오던 고율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6월 1일 관세 부과 이후 거의 1년 만인데,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산 농산물 등에 매겨 온 보복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철강ㆍ알루미늄 관세가 48시간 이내에 철폐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WSJ는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할)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의 걸림돌 중 하나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무역 분쟁의 외연을 지금보다 넓히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동차나 철강 등에 대한 관세는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라, 이번 조치와 관련해선 안팎에서 긍정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자동차 관세 연기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우리의 동맹국들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조만간 USMCA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이 막다른 골목에 처한 지금, 다른 무역 긴장에 대해선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직면한 가장 거센 비판의 일부를 누그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해 내린 ‘거래 제한’ 명령을 조만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화웨이의 미국 내 기존 고객사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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