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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나 국무부 파트너들 한국 외교관과 통화 접촉 기피설도…”

입력
2019.06.01 10:00
수정
2019.06.01 10:4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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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간 대화가 유출되는 자체가 한국외교 신임 손상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방한요청이 국가안보 중대침해? 반론도 

 K외교관의 지향성이 현정부와 맞지 않았다면 강효상 의원 통해 ‘차도살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류효진기자

주미대사관 외교관의 기밀 유출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직자의 기밀유출에 대해대국민사과를 하고, 후배 외교관을 통해 기밀을 빼낸 강효상 의원을 엄호하는 자유한국당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문제의 기밀은 지난 7일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으로 누설될 경우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3급 비밀’로 분류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당파적 이익보다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대전제에 이견을 달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조윤제 주미대사는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이번 논란의 쟁점과 공직사회 분위기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외교관 생활 20년이 넘은 베테랑이 현직 야당의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내용이 공개될 줄 몰랐다는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나요. 어떤 일이 벌어진 건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이 정부의 대미ㆍ대북 정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게 사실관계나 상황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고, 그래서 이를 바로잡아주려 정보를 활용했을 뿐 비밀을 흘릴 의도는 없었다는 게 해당 외교관 주장입니다. 보수적 대북관을 가진 외교부 주류가 보수 성향 야당 의원과 결탁해 현 정부의 대북ㆍ외교 정책을 흔들고 있다는 청와대의 프레임이 틀렸다고 항변한 거죠. 하지만 자신과 통화 후 강 의원이 한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공개하리란 걸 모를 리 없다는 데 더 무게가 실리는 거 같습니다.

불나방=강경화 장관은 ‘의도적인 유출’이라고 설명했죠.

메아리=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미필적 고의 정황은 있지 않나 싶어요. 알려진 대로 외교관의 지향성이 지금 정부와 맞지 않았다면 자기가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는 형편인 만큼 강 의원을 통한‘차도 살인’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자신이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그렇다고 해당 외교관의 소명을 완전한 거짓말로 치부할 수만은 없죠. 고교 선배인 데다 기자 경력이 있는 강 의원의 집요한 질문에 실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다만 정책 이해도를 높여보자는 취지로 자기가 준 정보를 강 의원이 정쟁에 악용할 줄 몰랐다는 그의 호소는 무능처럼 비치기도 하네요. 그렇게 순해 빠진 외교관이 국익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마음은 콩밭에(콩밭)=설득력을 갖기가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설명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는 게 해명인데 이미 이전에도 야당 의원에게 전달한 특정 정보가 외부로 공개된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말한 것이라면 더더욱.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정상간 통화내용은 전부가 국가기밀인가요. 1, 2, 3급 외교기밀은 어떻게 분류되나요. 일부라도 누설하면 불법인가요.

메아리=통상 비밀은 문서 전부를 지정하는 걸로 압니다. 1, 2급은 주로 군 기밀이고 3급이면 꽤 비밀 수준이 높은 것이지요. 외교상 기밀 누설죄가 있으니 당연히 비밀을 흘렸으면 법 위반이고요. 형식상 일부 유출도 허용되지 않지만 흘러 나간 비밀의 일부가 비밀로서의 실질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상대 나라 정상한테 한국에 좀 들러달라 부탁한 게 무슨 비밀씩이나 되냐는 얘기인데요. 강 의원 주장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이렇게 굴욕적 외교를 하고 있다는 건 국민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상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 전체를 비밀로 묶은 취지도 살펴야 할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멋대로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상 간 비공개 대화가 동의 없이 알려졌을 때 상대국 정상이 느낄 불쾌감 같은 걸 감안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쉽게 알려진다는 게 의식된다면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지겠죠.

콩밭=외교관이 정상 통화를 야당 의원에게 유출한 것이 국격 훼손과 연관이 있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듯 하지만 전부가 국가기밀인가라는 질문엔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다는 것(사실인지 아닌지를 외교부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이 과연 국가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할 만한 사안이냐는 것입니다.

꿈속 도마뱀=대통령의 일정에 관한 정상간 이야기가 유출되는 것은 그 자체로 외교 신뢰 손상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 미국 정부의 주요한 카운터파트너들이 한국측 외교관들과 통화나 접촉을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관가에 떠돕니다.

불나방=조윤제 주미대사만 볼 수 있도록 분류돼 있었는데, 다수 대사관 직원이 이를 돌려봤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죠.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의 시스템 문제인지 궁금합니다.

도렴동 흰둥이=외교부 통신시스템에서 기밀문서를 전달할 때는 통상수신란에 한 개인을 적기보다는 각국, 공관 등 조직을 적는다고 합니다. 이번 경우엔 조윤제 대사 친전이니 조 대사가 먼저 열람하긴 하지만, 대사관 정무과 등 업무관련성 높은 외교관들도 대사 재량에 따라 볼 수 있다는 게 외교관들의 전언입니다. 재외공관뿐 아니라 외교부 본부에서도 이런 관행은 오랫동안 있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외교부가 시끄러운 적이 처음은 아니죠. 4월에는 한국-스페인 차관급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놓았죠. 같은 달 영문 보도자료에서 ‘발틱’ 국가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로 잘못 기재했어요.

[저작권 한국일보] 카톡방담_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카톡방담_ 신동준 기자

메아리=뭉뚱그려 기강 해이라거나 나사가 풀렸다는 식으로 외교부가 공격 받고 있지만 사실 이번 유출 건에 청와대나 외교부가 씌운 프레임은 야당과의 의도적 공모죠. 전 정부에서 잘나갔던 ‘워싱턴 스쿨’을 향해 문 대통령이 줄곧 드러낸 반감은 사실 노골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주베트남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빚은 물의는 따져보면 외교부 책임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모두 직업 외교관이 아닌 특임 공관장들이어서죠. 대통령이 직접 뽑아 보낸 사람들이라는 얘기입니다.

불나방=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한국당을 공격했어요. 청와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있나요.

꿈속 도마뱀=그간 숱하게 ‘외교소식통’발로 나왔던 언론 단독 기사들 가운데엔 북한정세나 대미관계와 관련한 비판기사들이 많았죠. 소스가 외교부에서 나왔는지, 가공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런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정부 외교안보 전략엔 늘 타격이 있었다고 청와대는 여기고 있습니다.대통령의 작심 발언엔 이번 건을 기화로 외교안보 정보에 대한 보안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봅니다.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법에 유출해선 안된다고 규정한 것을 자신의 정보력 과시를 위해, 또는 대여공세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퍼뜨린 것은 정당한 의정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한국당측 관련활동에 참여하는 법학전공 교수들의 지적이기도 합니다. 황교안 대표의 측근 일부도 사석에서는 “외교기밀 유출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향후 지도부가 유사사안에서 논리적 모순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도합니다. 한미동맹을 그렇게나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행위를 하면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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