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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홍카레오’서 맞붙은 유시민-홍준표 ‘썰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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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홍카레오’서 맞붙은 유시민-홍준표 ‘썰전’의 역사

입력
2019.06.03 15:01
수정
2019.06.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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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7대 의원 시절부터 ‘토론 맞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튜브 토론방송 '홍카레오'에 참여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튜브 토론방송 '홍카레오'에 참여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유시민 같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전 대표를 향해 같은 당 의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인데, 참 얄밉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웬만해선 말로 지는 법 없는, 그래서 같은 진영에서도 눈총을 받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 전 대표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두 사람이 3일 유튜브 방송에서 맞붙는다. 예고한대로 각본 없는 ‘썰전’이다. 16, 17대 국회에서 함께 의원을 지낸 두 사람은 오랜 맞수다. 또 각각 상대 진영에서 가장 까다로워하는 토론 상대이기도 했다.

입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생전에 “유시민 의원이 토론에 아주 강해서 강적이다. 홍준표 의원도 만만치 않다. 논리로 안 되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12년 전 대선 앞두고 대포집서 썰전

2004년 12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철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간첩이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12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철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간첩이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두 사람은 12년 전 소주잔을 기울이며 갑론을박을 벌인 적이 있다. ‘KBS 스페셜’에서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의 대표들을 불렀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으로, 유 이사장은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 측으로 나와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전 의원, 창조한국당의 정범구 전 의원과 한 자리에 앉았다. 서울의 한 선술집이었다.

분위기를 달군 건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이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김대업(이회창 당시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제기) 선거’였다. 지금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 전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이에 유 이사장이 “선진국에서는 이런 게 문제되면 후보가 나오지도 못한다”고 되받아쳤다.

막바지엔 유 이사장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BBK 실소유주 논란과 함께 꼬리를 물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얘기를 꺼내자, 홍 전 대표가 “(녹화) 끝!”이라며 마이크를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건배사로도 기싸움을 했다. 홍 전 대표가 자신이 “정동영 후보를 위하여!”를 외칠 테니 유 이사장에게는 “이명박 후보를 위하여!”를 해달라고 제안했으나 유 이사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이다. 그랬던 유 이사장도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주위의 설득과 권유에, 못 이기는 척 건배사를 했다.

당시 두 사람은 소주 각 1병씩을 마셨다고 한다.

◇“자기도 그만 둘래?”-“선배하고 무슨 상관”

2009년 3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로텐더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3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로텐더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두 사람이 아슬아슬한 설전을 이어가는 모습도 여러 번 포착됐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2월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현장에서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청문회 진행을 놓고 막말까지 하며 대립하다 잠시 휴전에 접어들었을 때 유 이사장이 홍 전 대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우리가 불러달라는 증인은 불러주지 않고 나라에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런 청문회를 엽니까?” (유 이사장)

“내가 그만 두면 자기도 그만 둘래?” (홍 전 대표)

“나하고 선배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난 한나라당 박멸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나온 사람입니다. 나도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 번은 너무 짧아요.” (유 이사장)

“하긴 난 유 의원하고는 격이 좀 다르지.” (홍 전 대표)

“이건 정치도 아니야.” (유 이사장)

격의 없는 듯 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팽팽한 신경전의 일단이다.

◇언론 매개로도 입씨름 열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짱 토론'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짱 토론'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기 위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을 매개로 공세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8월이다. 당시는 홍 전 대표가 여당, 유 이사장이 야당으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당시 홍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해 야당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은 방송에서 홍 전 대표를 향해 “품격과 금도를 지킬 때가 됐다”고 일갈했다. 또 “정치 이전에, 보통사람의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며 홍 전 대표의 주장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두 달 뒤에는 홍 전 대표가 유 이사장의 주장을 방송에서 맞받았다. 당시 국민참여당의 참여정책연구원장이던 유 이사장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을 비롯한 한나라당 친이계의 회동을 두고 ‘개헌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했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특임장관이라면 여야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집단이 합의한다고 개헌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 홍 전 대표 법안에 손 들어주기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유튜브 토론 '홍카레오'(TV홍카콜라+알릴레오)' 녹화장인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유튜브 토론 '홍카레오'(TV홍카콜라+알릴레오)' 녹화장인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두 사람이 대치만 했던 건 아니다. 유 이사장은 의원 시절 홍 전 대표의 ‘간판 법안’인 개정 국적법의 후속 조치 격인 재외동포법 개정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병역 의무를 피하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 재외동포로서의 혜택을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여론의 큰 지지를 받았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돼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역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여당 소속인데도 찬성했던 유 이사장은 후일 서울대 특강에서 그 이유를 두고 “사실 부결될 것 같아서 찬성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지만 반대표 던졌을 때 네티즌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이 감당이 안돼서 찬성했다”고 농반진반의 설명을 했다.

‘토론의 단골 패널’답게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2008년 MBC ‘100분 토론’이 400회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고의 정치 논객’, ‘최고의 보수 논객’으로 뽑혔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 여겨진다. 이날 ‘유튜브 맞짱 토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 마련된 녹화장에 들어서며 유 이사장은 “국회도, 언론도, 유튜브도 각자 따로 노는 것보다는 가끔씩 같이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유 이사장과는 12년 전에 ‘KBS 스페셜’에서 한 번 얘기해본 적이 있다”며 “유 이사장에게 제의가 왔으니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취지에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은 오후 10시쯤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 홍 전 대표의 ‘TV홍카콜라’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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