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 “북한 상황 심각… 헐값으로 보급해 소시지값 폭락”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데 당국은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고 있다고 북한 전문매체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북측은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협력을 하자는 정부 제안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평남 소식통을 인용, 5월 중순부터 ‘ASF 대책을 세우라’는 중앙 정부의 지시가 있었지만 약품 공급 등 방제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군 방역소에서도 국영돼지목장에 소독약을 뿌려주고 날풀로 주던 돼지사료를 끓여서 주라는 방법만 알려줄 뿐 감염된 돼지들에 대한 사후처리 감독을 하지 않아 목장돼지들이 빠른 속도로 감염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감염된 돼지가 헐값에 팔려 햄ㆍ소시지로 가공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RFA에 따르면 평남의 또 다른 소식통은 “개인업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를 헐값에 사들이고 ‘섭씨 100도 이상으로 익히고 가공한 소시지나 햄은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시지를 시장에 넘기고 있다”며 “소시지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병했다고 공식 보고한 북한은 현재까지 자국 매체를 통해서는 발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다만 2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한석철 농업연구원 수의학연구소장의 기고문 형식을 빌려 병의 증상을 소개하고 ‘자연 방목을 금하라’, ‘감염된 돼지는 깊이 묻어라’ 등 대처 방법을 알린 것을 볼 때 내부적으로 발병 사실이 전파된 듯하다.
남측의 방역협력 제안에 대해서도 답변을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력 의사를) 공식 제안한 후 북측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에 대비해 약품 및 진단키트 지원, 방역 인력 파견 등 여러 가지 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 협력을 추진하자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다.
ASF 발병 사실을 남측과 공유하지 않은 것이 지난해 11월 보건ㆍ의료 합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엔 인간 질병에 관한 정보 교환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당시 동물 전염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공동보도문에는 ‘남과 북은 결핵과 말라리아를 비롯한 전염병들의 진단과 예방치료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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