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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톈안먼 진실 비틀어도… 1989.6.4.는 기억된다

입력
2019.06.0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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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집회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공연자들이 눈과 입을 가리는 퍼모먼스를 펼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공연자들이 눈과 입을 가리는 퍼모먼스를 펼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1989년 5월 중국 북경대학교 재학생이 단식투쟁 4일만에 현장 진료소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989년 5월 중국 북경대학교 재학생이 단식투쟁 4일만에 현장 진료소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진실을 보도해 주세요.”

톈안먼 앞에서 쓰러진 시민들의 부탁, 30년 전 톈안먼 사태를 취재했던 테릴 존스 전 AP통신 기자가 1989년 6월 4일을 회상할 때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다.

중국 정부의 독재에 항거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인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사건 다음날 중국 국영방송에서 ‘반혁명 폭동’으로 보도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조직이 폭동을 이끌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은 공식 성명에서 폭도들이 수십 명의 군경 병력을 사살하고 군 차량을 불태웠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동안의 ‘온건한 대응을 반성’했다. 물론 당시 사망한 시민들에 관한 내용은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30년이 지난 2019년, 당시 몇 명이 사망했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인근 도로에서 한 남성이 단신으로 전차 행렬을 막고 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남성은 사진이 보도된 후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탱크맨’으로 불리게 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인근 도로에서 한 남성이 단신으로 전차 행렬을 막고 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남성은 사진이 보도된 후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탱크맨’으로 불리게 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근 도로에서 공안이 지나가던 시민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매년 톈안먼 사태 발생일인 6월 4일이 되면 광장 인근의 통제를 대폭 강화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근 도로에서 공안이 지나가던 시민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매년 톈안먼 사태 발생일인 6월 4일이 되면 광장 인근의 통제를 대폭 강화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를 시민들의 기억에서 지우기 위한 검열에 힘쓰고 있다. 매년 6월을 전후로 중국 공안은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검색어를 중점적으로 감시한다. ‘톈안먼’은 물론 89, 6, 4와 같은 숫자도 감시 대상이다. 사태 30주기였던 4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톈안먼을 검색하면 중국 건국 70주년 로고가 표시됐다고 한다.

사태가 발생했던 장소인 톈안먼 광장 역시 통제한다. 공안은 4일 새벽부터 광장 근처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모든 관광객과 출근하는 시민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외신 기자들의 광장 출입을 통제하며 “불법 취재 활동은 비자 갱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 당국의 통제에 시민들은 감히 톈안먼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한다. 이날 광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오늘이 사태 30주기인 것을 알았냐는 AFP통신 기자의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났다”고 답했다. 함께 온 여성의 어머니 역시 “우리는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들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회원이 4일 프랑스 파리에 설치된 전차 조형물 앞에서 '탱크맨' 사진을 재현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회원이 4일 프랑스 파리에 설치된 전차 조형물 앞에서 '탱크맨' 사진을 재현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4일 필리핀 마닐라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기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4일 필리핀 마닐라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기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이런 중국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희생당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명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중국 당국이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인권탄압에 저항하다 수감된 정치 사범 전원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 다음 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미 의회는 당시 희생당한 이들의 영웅적 행보를 계속해서 기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사무소 대변인도 한목소리를 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중국 당국은 ‘안하무인’식 태도를 유지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을 겨냥해 “중국 정치에 대한 극악무도한 공격”이며 “국제 관계의 규범을 짓밟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겅솽 대변인은 “지난 70년간 중국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고, 이는 우리가 택한 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웨이펑허 국방부장도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럼에서 톈안먼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중앙 정부는 정치적 격동을 잠재우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같은 입장을 취했다. 중국 국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3일 톈안먼 사태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혼란에 대한 예방접종”이라고 평가했다.

톈안먼 사태 30주기인 4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30주기인 4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4일 홍콩대학교 재학생들이 톈안먼 사태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조형물인 '수치의 기둥'을 닦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4일 홍콩대학교 재학생들이 톈안먼 사태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조형물인 '수치의 기둥'을 닦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설치된 '탱크맨' 풍선을 지나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설치된 '탱크맨' 풍선을 지나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기에 톈안먼 사태의 추모집회는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마카오, 대만에서 열린다.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2015년부터는 본 촛불집회와 별도로 홍콩대학교 학생들의 자체 추모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현지 추모집회에 앞서 SNS에 “중국 정부는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진실을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는 글을 작성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며 자신이 총통으로 있는 한 “대만은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년 전 톈안먼 앞 학생시위에 참여했던 로웨나 샤오칭 허 프린스턴대학교 고등연구소 사회과학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가 군에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라고 명령한 순간, 정부는 정통성을 스스로 저버렸다. 권력자들이 역사를 조작하고 우리의 기억을 비틀기는 너무도 쉽지만, 역사 조작은 반드시 사회·정치·심리적 왜곡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1989년 봄을 이해하지 않고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톈안먼 사태 6일 후 전차를 동원한 인민해방군이 톈안먼 광장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6일 후 전차를 동원한 인민해방군이 톈안먼 광장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30주기인 4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톈안먼 사진이 인쇄된 설치물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30주기인 4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톈안먼 사진이 인쇄된 설치물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4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홍콩 빅토리아 광장을 촛불로 수놓았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4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홍콩 빅토리아 광장을 촛불로 수놓았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홍윤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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