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국제교사 워크숍
“일본군 위안부 역사는 과거의 일이지만, 이를 가르치는 이유는 미래에 이 같은 전쟁범죄와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문제는 어떻게 교육되고 있나’ 워크숍에서 손성숙 미국 사회정의교육재단(ESJF) 대표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워크숍은 정의기억연대가 19일 ‘전시성폭력추방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주관한 자리로 한국과 일본, 미국ㆍ캐나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교육자들의 노력과 고민을 공유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역사교과서가 없다는 것은 해외 교육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양징자 일본희망씨앗기금 상임이사는 “중학 수준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유일하게 다루고 있는 마나비샤 출판사의 교과서조차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고노담화 정도만 자료로 제시한다”며 “그나마 교과서에 ‘위안부’ 단어라도 언급되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은 이 교과서를 채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교사들도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크리스티나 탱 갈릴레오 과학기술 아카데미 교사는 “이 문제를 교육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증언자료를 모아 직접 워크북을 만들었다”며 “많은 교사들이 교과서를 기준으로 수업 내용을 만드는데 당장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교실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단 교사용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탱씨를 비롯한 ESJF 소속 교사들은 이를 위해 지난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를 발간하고 샌프란시스코 시내 18개 고교에 배포했다.
교사들은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부담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에린 한론 미 로웰 고등학교 역사교사는 “전쟁 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14, 15세 학생에 가르치면 트라우마가 생길 거라는 우려가 많다”며 “위안부 관련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5분간 시간을 주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도록 하는데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자들은 지식으로만 남는 교육보다는 직접 느끼고 실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역사동아리 학생들과 소녀상 건립 운동을 해온 성환철 이화여고 교사는 “학생들은 책으로 배운 지식은 졸업 후 바로 잊어버리지만 직접 손과 발로 행동해 배우는 교훈은 오래 기억한다”며 “학생들이 직접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학교 학생과 생각을 공유하면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늘 ‘역사를 잊지 않고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셨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 여전히 계속되는 전시 성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교사들의 초국가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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