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 이민 정책 회의론 커질 듯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멕시코는 물론 전세계의 가슴을 아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적의 두 살 여자 아이 발레리아가 지난 24일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인 마타모로스의 강에서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1㎞ 떨어진 지점으로 이들 부녀는 텍사스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다 끝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사진 속 발레리아와 아버지 시신은 모두 강 기슭에 엎드려 있는 상태다. 아버지 등에 업혀 있었던 듯 라미레스는 셔츠 속 아버지 품에 안겨 있었고, 팔로 아버지 목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멕시코 언론들은 이날 발레리아의 사진을 일제히 게재했다. 고단한 삶을 이기지 못해 불법 이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처참한 상황이 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다는 취지였다.
이번 사진은 특히 시리아 난민 정책에 경종에 울린 ‘쿠르디 사진’을 연상시키고 있다.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온 세 살 남자 아이 에이란 쿠르디 사진은 당시 전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유럽의 반 이민 정서에 적잖은 회의감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고, 반 난민 정책을 폈던 일부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발레리아 부녀 사진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달 만해도 12일 인도 출신 6살 여아가 애리조나주 루크빌 사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3일에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과 영유아 3명이 리오그란데 강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국경지대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적 대선 공약이었던 반 이민 정책을 당장 뒤집을 가능성은 낮지만 멕시코 국경의 비인도적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더욱 비등해질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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