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다시 천막을 설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옮겼다가 예고한 대로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경찰도 불법점유를 제지할 권한이 없어 우리공화당과 서울시의 숨바꼭질만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점거는 이번에도 기습적이었다. 6일 오후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KT 광화문지사 맞은 편에 천막 4개동을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5,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태극기 부대’가 3.1운동 100주년 기념탑과 세종대왕 동상 인근을 지키던 경찰을 가로막은 사이 우리공화당이 적힌 조끼를 입은 인력들이 순식간에 접이식 천막을 펼쳐 세웠다. 당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세종대로 일대에는 50개 중대 3,500여명 규모의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우리공화당이 애초 천막을 세웠던 이순신동상 부근의 남측광장은 행사 자체가 금지된 반면 중앙광장은 서울시의 허가를 받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우리공화당이 허가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불법점유인 것은 다르지 않다. 우리공화당이 애초 천막을 세웠던 남측광장에 대형화분 80여개를 들여놓고 대비했던 서울시로서는 ‘성동격서’를 당한 셈이 됐다.
서울시는 7일 오후 6시까지 새로 설치한 천막을 자진철거할 것을 요청하는 계고장을 우리공화당에 발송한 상태다. 앞서 서울시가 5차례에 걸쳐 계고장을 보내고 한차례 행정대집행에 나섰음에도 우리공화당의 천막이 재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별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시는 법원에 천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백운석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은 “광장 불법 사용에 따른 변상금 대신 가처분 신청을 통해 당이 부담할 범칙금을 상향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우리공화당의 광장 불법점거에 제동을 걸 명분이 마땅하지 않아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발생 방지를 위해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수행과 상관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업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천막을 긴급하게 철거할 시설로 보고 즉시강제권을 발동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공원, 도로에 대한 관리권을 가진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우선 실시하는 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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