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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승전 “동일 임금” 외친 5만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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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승전 “동일 임금” 외친 5만 관중

입력
2019.07.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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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옹=EPA 연합뉴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옹=EPA 연합뉴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2회 연속 우승으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선수들의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과 네덜란드의 대회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드 리옹. 후반 메건 래피노와 로즈 라벨의 연속골로 미국의 2-0 승리가 확정되자 경기장은 일제히 “동일 임금(equal pay)”을 외치는 5만9,000명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선수들은 팬들의 외침에 화답하며 통산 4번째 우승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에서 6골을 터트리며 골든볼(득점왕)과 골든부츠(최우수선수)를 동시에 수상한 래피노는 “전 세계가 우리 편이다”라며 기뻐했다.

사건의 발단은 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8일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28명은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미국축구협회(USSF)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남자 대표 선수들과 동일한 임금과 훈련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이들은 남자 대표팀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3위에 불과하며 2000년대 들어서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반면 월드컵 통산 4회 우승 등 그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둔 여자 선수들은 그에 못 미치는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자선수는 동일 수준 남자선수 임금의 38%가량 밖에 받지 못하며, 포상금에서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이 16강 탈락 후 540만달러(약 64억원)를 받은 반면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은 총 172만달러(약 20억원)를 받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USSF는 중계권료 수입 등 사장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반박했지만 선수들은 2016년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고발된 협회가 3년간 아무런 문제 해결 노력이 없었다며 결국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한 목소리로 응원을 보냈던 것이다.

이번 소송을 담당하는 몰리 레빈슨 여자축구 대표팀 대변인은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승전은 미국의 자부심을 살린 순간이자 동시에 가장 슬픈 순간이기도 하다”며 “여전히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높은 수익과 TV 시청률을 올리고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적은 보상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미국전역에서 2,540만명이 시청하며 미국 텔레비전 중계 역사상 단일 축구 경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번 프랑스 여자월드컵 미국과 영국의 준결승전도 700만명이 지켜보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이후 최고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미국에서의 여자축구 인기는 남자축구를 상회한다. 결국 USSF는 이번 월드컵 종료 후 선수들과 점진적인 조정 과정에 들어가겠다고 합의한 상태다.

미국의 메건 래피노(왼쪽)가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골든볼과 골든부츠 수상자로 선정된 뒤 지아니 인판티노(오른쪽)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리옹=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메건 래피노(왼쪽)가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골든볼과 골든부츠 수상자로 선정된 뒤 지아니 인판티노(오른쪽)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리옹=로이터 연합뉴스

선수들은 협회를 넘어 FIFA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8년 여자월드컵의 상금 총액은 3,000만달러(약 354억원)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4억달러(약 4,717억원)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5일 2023년 여자월드컵 상금을 현재의 두 배인 6,000만달러(약 708억원)로 증액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한 상황이다.

래피노는 이 발표 다음날이자 결승전 전날인 6일 “남자축구만큼 여자축구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FIFA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여자월드컵 결승전을 남자축구 대륙간 대항전인 골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2경기와 같은 날 배정한 것을 지적하며 상금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FIFA의 남녀차별적 행정을 꼬집은 것이다.

프로스포츠에서 남녀 격차는 여전한 논란 거리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여전히 남녀간 임금 격차가 현저한 가운데 프로테니스는 남녀 평등이 잘 구현된 스포츠로 손꼽힌다. 1973년 US오픈을 시작으로 2001년 호주 오픈과 2006년 프랑스 오픈, 2007년 윔블던 등 모든 그랜드슬램 대회 상금이 남녀 동일하게 바뀌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선수 빌리 진 킹이 1973년 윔블던 챔피언인 보기 릭스와 펼친 성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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