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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주의가 자초한 자사고 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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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주의가 자초한 자사고 유언비어

입력
2019.07.13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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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평가위원 명단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평가위원 명단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 5곳(하나고ㆍ동성고ㆍ중동고ㆍ이화여고ㆍ한가람고) 명단을 보니 ‘아, 철저하게 기획된 평가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이 시내 자사고 8곳에 재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자 이 중 한 자사고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그는 하나고는 시내 유일한 전국 단위 자사고이자 강북의 상징이라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동성고는 가톨릭 자사고라 일반고로 전환하면 종교적 이유로 입학생들이 반발할 수 있어서, 이화여고와 한가람고(남녀공학)는 남녀공학인 이대부고와 한대부고의 탈락으로 여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렸다’면서 주장의 ‘근거’를 댔다.

물론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시교육청이 들으면 헛웃음이 나는 유언비어일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는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했다”는 시교육청의 공식입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학교 현장에 이런 말들이 떠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평가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시교육청이 자초한 일이다. 정보공개가 보편화된 시대에 걸맞지 않은 비밀주의가 혼란을 키운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교별 총점과 6개 영역별 점수 등을 ‘예민한 문제’란 이유로 언론에 비공개(학교 측에만 통보)했다. 하지만 청문에 대비하려면 ‘왜 탈락 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자사고 측의 반발에 뒤늦게 32개 세부항목 점수를 탈락한 8개교에만 알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탈락시키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는 자사고 측의 원성이 나오자 마지못해 이를 알려준 모양새다. 평가위원 역시 시교육청은 “신상털이 우려”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를 예고한 자사고뿐 아니라,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12일 “사법기관 재판관들의 신상도 모두 공개된다”며 시교육청에 평가위원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혼란을 감안하면, ‘누가 평가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억지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내년에도 서울의 9개 자사고를 포함해 전국 15개 자사고가 재지정 여부를 가르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고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한 내년에도 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예상된다. 하지만 적어도 ‘깜깜이’ ‘비밀주의’ 같은 말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결과에 대한 승복도 쉽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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