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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국 “16년 364경기 치렀는데 요즘 제일 뛸 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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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국 “16년 364경기 치렀는데 요즘 제일 뛸 맛 납니다”

입력
2019.07.15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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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조국이 10일 강원 춘천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춘천=이승엽 기자
강원 정조국이 10일 강원 춘천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춘천=이승엽 기자

“K리그의 침체된 시기가 길었죠.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답게 정조국(35)의 말은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가볍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는 폭발적인 관중 증가와 함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반기 대구가 돌풍을 일으켰다면 하반기엔 강원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병수 감독의 아기자기한 축구 ‘병수볼’이 자리잡으며 최근 7경기 연속무패(4승3무)로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원이 넉넉지 않은 시도민구단으로선 기적적인 성과다.

조재완(24)과 김지현(23)을 비롯한 신예 선수들의 약진도 눈에 띄지만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주는 오범석(35)과 한국영(29), 윤석영(29) 등 베테랑들의 힘이 크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선수로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스트라이커 정조국이다. 35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지난달 K리그1 17라운드 포항전에서 역사적인 5-4 승리의 마침표를 찍는 역전골을, 18라운드 인천전에선 2-1을 만드는 역전골 등 2경기 연속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며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강원 춘천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만난 정조국은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탔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우리 팀이 딱 그런 상황”이라며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근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아져서 그라운드에서 뛰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그는 “16년간 K리그에서 뛰며 요즘처럼 인기가 좋은 적이 없었다”며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이)광연이와 (이)재익이를 비롯한 U-20 어린 후배들이 불러일으킨 축구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국이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포항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조국이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포항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364경기 119골 27도움’이라는 K리그 통산 기록이 말하듯, 정조국은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다. 프랑스 리그앙 오셰르에서 뛰었던 2011년을 제외하면 K리그에서만 16시즌을 뛴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3년 안양 LG 치타스에 입단해 FC서울에서 11시즌 동안 리그 우승 2회를 이끌며 활약했다. 경찰청과 광주를 거쳐 2017년 강원에 자리를 잡은 그는 첫 시즌 18경기 7골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2017, 18년 하향세를 타며 각각 4골에 그치는 등 이름값에는 못 미쳤다.

그랬던 정조국이 이번 시즌 완전히 되살아났다. 위기 때마다 번뜩이는 결정력으로 15경기 만에 4골 1도움, 톡톡한 활약을 하고 있다. 더딘 성과에 마음 고생도 심했다는 그는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의무인데, 기대와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런 생각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최근 팀의 무패행진엔 기쁘지만 섣부른 자만심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체력이 부치는 여름에 상승세가 어느 정도 꺾이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조국은 “8, 9월이 가장 중요하다. 과정이 좋지 않더라도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경기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일단 상위 스플릿 진출을 목표로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과 후배 선수들의 믿음도 두텁다. 김병수 감독은 9일 상주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정조국은 개인적으로 존중하는 선수이자 늘 기대가 컸던 선수다.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한 바 있다. 정조국과 함께 강원의 삼각편대로 활약하는 조재완도 “PC게임 이야기를 꺼내며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와주는 좋은 형”이라며 “덕분에 팀 분위기가 가족 같다”고 귀띔했다. 정조국은 “나이도 많고, 살가운 사람이 아니라 후배들한테는 다가가기 어려운 선배일 것”이라면서도 “내가 경기장에 나가야 하는 이유, 팀을 위해서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정조국은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개인 목표를 정하고 축구를 하던 시기를 지났지만 어느 때보다 열정이 넘치고 행복한 게 요즘”이라며 “내 실력에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면 언젠가 축구화를 벗겠지만 그 전까진 모든 순간에 혼신을 다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춘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정조국이 지난달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전에서 역전골을 터트린 뒤 두 손의 엄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조국이 지난달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전에서 역전골을 터트린 뒤 두 손의 엄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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