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오른쪽)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달 2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금명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이 지난해 수사를 시작한 이래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적은 있지만 수사의 핵심인 분식회계와 관련해 핵심 인사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8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겨 놓은 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르면 15일 늦어도 17일 이전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김 대표와 같은 회사 최고위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된 혐의 중 자본시장법 위반은 분식회계 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사기 혐의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허위 재무제표로 회사 가치를 부풀린 뒤 금융권에서 수조원대 대출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에는 김 대표는 물론 복수의 삼성바이오 임원들의 이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분식 의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 대표의 경우, 지난 5일 한달 만에 검찰에 재소환된 이후 10일에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김 대표와 함께 분식회계 행위를 주도한 같은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와 1~2명의 임원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테스크포스 사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는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 적정성 평가ㆍ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던 안진 소속 회계사들도 대거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검찰은 안진 회계사들이 삼성 측의 지속적인 압박을 수용,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대 0.35가 적정하다”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삼성물산의 의뢰를 받은 안진 회계사들이 통상과 달리 의뢰 기업에 피해가 가도록 보고서를 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 가치 하락을 회계사들이 유도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사전에 만들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바이오 수사 일지. 신동준 기자

최대 관심사가 된 이 부회장 소환 시점은 김 대표 등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김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떨어진다면 신임 검찰총장 취임(25일) 직전인 내주 초 이 부회장을 검찰에 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최근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 이 부회장이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 상황을 전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은 마지막 변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라고 특혜나 예외를 두지 않고 통상에 따라 수사를 할 것”이라면서도 “총장 교체일 전에 수사를 무조건 끝내려는 계획에 함몰되지 않고 수사 전후 사정을 신중히 파악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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