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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 역사는 엿가락… 역사 늘이기도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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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 역사는 엿가락… 역사 늘이기도 ‘유행’

입력
2019.07.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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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대구한의대, 건학 60년ㆍ65년 계명대, 창립 120년

1952년 5월 28일 열린 경북대 개교기념식 한 장면. 경북대 홈페이지 캡쳐
1952년 5월 28일 열린 경북대 개교기념식 한 장면. 경북대 홈페이지 캡쳐
1953년 5월 국립경북대학교 개교 1주년 기념을 축하하는 아치. 경북대 홈페이지 캡쳐
1953년 5월 국립경북대학교 개교 1주년 기념을 축하하는 아치. 경북대 홈페이지 캡쳐

창립 120년(계명대), 건학 60년(대구한의대), 창학 110년(경북대)…. 지역 주요 대학들이 학교 역사 앞당기기에 나섰다. 주로 통폐합한 기관 중 역사가 가장 앞선 기관을 전체 역사로 삼아 학교가 ‘뿌리 깊은 나무’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올들어 ‘건학 60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대구한의대 공식 개교년도는 1981년이다. 대학 측은 설립자인 변정환 전 총장이 대구 중구 삼덕동에 제한한의원을 열면서 1959년에 세운 ‘제한동의학술원’을 건학 원년으로 삼는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 설립자는 60년 전 이미 한의학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염두에 두고 제한동의학술원을 설립했고, 20여년만인 1981년 빛을 보게 된 것”이라며 “성격이 전혀 다른 남의 역사를 차용한 것과 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1954년 개교한 계명대는 창립 120년을 강조한다. 1980년 통합한 동산병원의 모태인 제중원 개원일을 창립 원년으로 삼고 있다. 제중원은 1899년 미국 선교사 알렌 등이 문을 연, 영남지역 최초의 근대의료기관이다. 대학 측은 “120년 동안 쌓아온 전통을 돌아보면서 더 나은 미래를 열겠다”며 각종 홍보물이나 행사 등에서 개교 65주년 대신 창립 120년을 주로 쓴다. 5년 전 당시 ‘창립 115주년’ 선포식과 함께 개교기념일(5월20일) 대신 창립기념일 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은 흐지부지됐지만 경북대도 2014년 ‘뿌리 찾기’에 나섰다. 당시 대학 측은 ‘창학 기년 정립 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자체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경북대학교 각 단과대학 중 가장 역사가 긴 의과대학의 모태인 동인의원 또는 자혜의원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경북대가 대외적으로 개교연도로 삼는 것은 1946년이다. 경북대의 모태인 대구사범대 대구의과대 대구농과대 3개 대학이 국립대학으로 승격한 해다. 실제 지금의 ‘경북대학교’가 모습을 갖춘 것은 1951년 10월 국립경북대학교 설립인가에 이어 1952년 ‘경북대’로 첫 신입생을 받으면서부터다. 경북대는 1952년 5월28일 개교기념식을, 이듬해 5월28일 개교 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개교연도가 1946년으로 6년 앞당겨지더니 다시 일제강점기 이전으로 역주행하려는 조짐이다.

경북대 일각에선 경북대의 역사를 의대 모태인 동인의원이 개원한 1907년이나 관립 대구자혜의원 개원 해(1910)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 교두보 역할을 했던 동인의원보다는 자혜의원을 기년으로 삼자는 주장이 많은 편이다.

지역 대학가에선 ‘교육’기관이란 측면에서 본다는 이들 대학의 역사 늘이기가 과하다는 지적한다.경북대 역사를 대구의과대로 확장하더라도 자혜의원 부설 대구의학전문강습소가 생긴 1923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계명대도 합치기 전 동산병원에 간호부(간호사) 양성소가 생긴 1924년이다. 계명대는 창학 대신 창립이란 용어를 쓴다.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동인의원이나 대구자혜의원 부지와 시설 일부가 경북대병원에 승계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북대 의대의 역사는 1923년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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