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방한… 16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만남 
 日 출국 전까지는 개입 선 그어… NHK에 “한일 문제 관여 안해” 
16일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입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두 축인 한일이 마찰을 빚는 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한국에 왔다. 취임 뒤 첫 방한인 데다 아직 동맹국 간 시비에 개입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게 미국의 현재 판단인 만큼 ‘대화로 풀라’는 원론적인 언급 외에 눈에 띄는 메시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11~14일)과 필리핀(15~16일)을 거쳐 이날 입국한 스틸웰 차관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언론에 “한미관계는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라며 “수년간 한국이 더 강해지고 더 많이 기여하게 되면서 한미관계가 성장했는데, 이런 동향이 이어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대한 추가 조치’와 관련해서는 “생각해보고 내일 말하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접견에서 강장관은 한미동맹의 발전 방안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 지역 정세 등과 관련한 미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지역 정세’는 일본의 수출 규제 탓에 극도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강 장관 예방에 앞서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카운터파트인 윤순구 차관보도 만날 예정이다. 같은 날 청와대 방문 계획도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중재 메시지가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일본이 분쟁 해법으로 제안한 ‘제3국 지명위원들로만 구성된 중재위원회 설치’ 방안을 수용할지 말지를 한국이 18일까지 회신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현재 정부 방침이다. 한국이 불응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공산이 큰 만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국이 나서줬으면 하는 게 한국 정부의 기대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공개한 일본 NHK 방송의 인터뷰 보도를 보면 ‘한일관계 현안을 카운터파트와 논의할 거냐’는 질문에 스틸웰 차관보는 “중재하거나 관여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 문제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양국이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을 그은 셈이다.

오히려 미국의 요청이 있을 수 있다.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말했다. 미 국무부는 스틸웰 차관보 방한 목적을 “한미동맹 강화 및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 협력 방안 논의”라고 밝히고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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