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수구 역사 쓴 18살 고등학생
부모님과 남동생, 너무 고마워
마지막 3차전서 “동료들 골 돕겠다”
경다슬이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예선 B조 대한민국-러시아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뉴스1

“골 넣고 큰 소리로 응원하시던 엄마를 봤는데 진짜 엄청 기뻐하셨어요. 그 큰 경기장에서 어떻게 엄마를 찾았냐고요? 누가 엄마 딸 아니랄까 바로 보이던데요.”

한국 여자수구 사상 1호골의 주인공 경다슬(18ㆍ강원체고)은 가족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자신을 응원해준 부모님과 일곱 살 터울의 초등학생 남동생 덕분에 골을 넣었다며 재잘댔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획을 그은 주인공이었지만 영락없는 18세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경다슬은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엄마가 엄청 울었대요. 근데 저만 잘한 게 아니라고 더 칭찬을 해주진 않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여자수구가 두 번째 경기만에 역사적인 첫 골을 뽑아냈다. 한국 여자수구 대표팀은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수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러시아에 1-30(0-7 0-9 0-8 1-6)으로 패했다. 헝가리와의 1차전에서 세계선수권 0-64로 대패했던 여자수구팀은 2패를 기록했지만 두 번째 경기 만에 목표였던 골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역사적인 첫 골의 주인공은 경다슬이었다.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12개의 슈팅을 기록한 경다슬은 경기 종료 4분 16초를 남겨둔 4쿼터 중반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강력한 슈팅으로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여자수구 공식경기 사상 첫 골에 관중석에서는 힘찬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숙구 사상 첫 골의 주인공인 경다슬(오른쪽 두번째)과 그의 가족. 경다슬 제공

경다슬은 “비록 골은 제가 넣었지만 사실 저에게 정확하게 패스해준 (이)정은 선수에게 너무나 고마웠어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옆의 모든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요”라고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이어 "다시는 못 뛸 경기인 만큼 온 힘을 다해 슛을 던졌어요. 진짜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얼떨떨하더라고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대표팀은 러시아를 상대로 1차전과 비교해 공수 양면에서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러시아는 2016 리우 하계올림픽과 2017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동메달을 차지한 강호다. 한국 대표팀은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공격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버텼고, 연거푸 공을 빼앗긴 1차전과 달리 공을 점유하며 슈팅까지 마무리 짓는 향상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였다. 헝가리전에서 3개에 그쳤던 슈팅 수는 러시아전에서 30개로 늘었다. 경다슬은 “헝가리에 0-64로 지고 난 후에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어요. 선수들끼리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라고 전했다.

대표팀은 18일 캐나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경다슬은 “이제 첫 골 목표를 달성했으니 3차전에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골 넣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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