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르는 ‘발밑의 공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2018년 7월 11일 부산 번영로, 2016년 7월 28일 부산 사직동, 2016년 7월 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2012년 1월18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서 발생한 도심 싱크홀 현장. 독자 이성복씨ㆍ부산소방본부 제공ㆍ연합뉴스
지난달 7일 강원 강릉시 송정동에선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경 지름 4~5m, 깊이 5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고 당시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주민들은 추가 사고에 대한 불안감에 여전히 떨고 있다. 독자 제공
2012년 2월 18일 오후 3시 19분. 인천시 서구 왕길동의 6차선 도로 한가운데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지름 10m, 깊이 20m 가량의 커다란 구멍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집어삼켰고, 이 일대 수천 가구에 수도와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겼었다. 도로 밑 끊어진 상수관로에서 수돗물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서부소방서 제공
 ◇편집자 주 

‘싱크홀(Sink hole)’은 석회암 또는 화산토 지반이 지하수에 의해 녹거나 침식되면서 그 위의 표층이 꺼지는 자연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도심에서는 이 같은 자연적 싱크홀이 드물다. 대신 지하에 매설된 기반 시설의 노후나 굴착공사로 인해 도로가 함몰되는 사고가 빈번하다. 기사에서는 이를 ‘도심 싱크홀’이라고 표현했다. 지자체 등 관리 주체에 따라 ‘지반침하’ 또는 ‘도로함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도심 싱크홀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강원 강릉을 비롯해 이달 들어 충북 청주와 광주, 부산에서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를 ‘발밑의 공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7월은 통계상 도심 싱크홀 사고가 가장 빈번한 시기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시내 도심 싱크홀 사고 359건 중 69건이 7월에 발생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강수량도 7월이 가장 많았다. 비교 범위를 넓히면 도심 싱크홀과 강수량의 연관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연평균 강수량의 66%가 쏟아진 5월부터 8월 사이에 전체 싱크홀 발생 건수의 58%가 집중된 반면, 강수량이 적은 겨울철엔 눈에 띄게 줄었다. 학술 논문 등에 따르면 다량의 빗물이 아스팔트 밑으로 침투하면서 토사가 유실되거나 노후한 하수관로가 호우로 늘어난 수량, 수압을 이기지 못해 도심 싱크홀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 월별 평균 강수량 및 지반침하 발생건수
전국 지반침하 발생 건수.
 ◇5년새 5배 늘어난 도심 싱크홀 

도심 싱크홀 사고는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도심 싱크홀 사고는 2014년 69건에서 2018년 338건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자치단체장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 법적 기준(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만 집계한 결과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물 정비가 예산 집행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기반 시설 노후화로 인한 싱크홀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14년 석촌호수 싱크홀 사고 이후 지자체의 관심이 늘고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현황 집계 등의 업무가 명확해진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기간 서울 시내에서도 도심 싱크홀 사고가 빈번했다. 전체 359건 중 법적 기준 이상인 경우는 164건(45.7%)에 달했는데, 서초구(24건)와 강남(16건), 송파(14건), 영등포구(10건) 순으로 많았다. 박 교수는 “과거 한강 본류가 흐르거나 범람원이었던 송파와 서초구는 모래와 자갈 등 연약 지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하에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터 파기 공사 때 정확한 조사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싱크홀 발생 분포도
서울시 도심 싱크홀 발생 원인.
 ◇주원인은 노후 하수관 

강수량의 영향과 별개로 도심 싱크홀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노후 하수관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359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67%에 해당하는 240건이 하수관과 관련이 있었고 굴착공사가 75건(20.9%), 상수관이 26건(7.3%)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수관 중에서도 관로 자체의 노후가 98건(40.8%), 접합부 결함이 111건(46.3%)으로 나타났는데, 접합부 결함은 관로 노후화와 무관하지 않다. 접합부가 일체형으로 제작된 신형 하수관에 비해 구형 관로는 접합부를 따로 시공하게 돼 있다. 이 접합부를 메운 시멘트 모르타르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탈하고 주변 토사가 유실되면 결국 싱크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싱크홀의 주원인인 노후 하수관은 어디에 얼마나 묻혀 있을까. 2017년 말 기준 총 연장 9,617km의 서울시 전체 하수관 중 절반이 넘는 5,272km(54.8%)가 31년 이상 된 노후 관로였다. 노후 하수관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송파구로 70.2%였고, 강동구(69.3%)와 종로구(67.4%)가 그 뒤를 이었다.

노후 하수관 균열로 인한 싱크홀 생성 과정
 ◇예방 대책은? 

2014년 석촌호수 싱크홀 사태를 계기로 지하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하안전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의 경우 지난해부터 GPR(지표 투과 레이더) 탐사를 통해 지반침하 우려가 있는 지역을 찾아내 지반 보강 공사를 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설물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데다 예산 부족으로 하수관 등 시설물 교체 속도가 노후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싱크홀은 전조가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선 노후 하수관이나 지하 공동구 등 시설물 정비에 예산을 적극 투입하는 한편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 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정예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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