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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충격적인 軍

입력
2019.07.1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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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이 16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답변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정경두 국방장관이 16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답변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작금에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보면 충격을 넘어 허탈감마저 든다. 장군과 장교들은 책임져야 할 사건에 은폐ㆍ축소ㆍ조작을 서슴지 않고, 병사들은 간부 장교 알기를 우습게 알고 군법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우애는 사라지고 대화는 단절됐다. 간부는 병사들의 왜곡된 신고가 두려워 제대로 지휘를 할 수가 없다. 힘든 훈련을 받기 싫으면 아프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지휘관은 아프다고 한 병사의 청원을 무시하고 훈련을 강행했다가 혹시 사고가 나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확인 조치 없이 그냥 쉬라고 한다. 이게 군대인가.

삼척 북한 목선 은폐ㆍ조작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각종 군 관련 뉴스에 국민들은 놀라움을 넘어 이젠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이제 분노할 애정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해군 2함대에서 벌어진 거동수상자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은 기강이 풀어지고 장교들의 명예심이 실종된 군의 민낯을 드러냈다. 해군2함대는 해군뿐 아니라 우리 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지 중 하나다. 두 차례에 걸친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군과 실제 포탄을 주고받는 전투를 벌인 부대다.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도는 서해 NLL을 사수하고, 인천과 서울의 옆구리를 방어하는 중요한 부대다. 당연히 군기가 엄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 부대의 미사일과 포탄 등이 있는 탄약고 옆을 심야에 경계초병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초소를 이탈하고 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보면 부대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비단 이번뿐이었으랴. 2함대는 평소 이렇게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대가 이런데 다른 부대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이 사건을 축소ㆍ조작하기 위해 병사들을 모아 놓고 거짓 자수할 인원을 뽑은 장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장교의 명예심 따위는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또 바닷가에 위치한 해군기지의 특성상 수중침투에 이용될 수 있는 오리발이 발견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인데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서둘러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 또 거짓말을 한 정황이 있다. 부대 인근 골프장 관리인의 오리발로 밝혀졌다는 것인데,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결론은 새벽 1시쯤에 내린 반면 관리인에 의한 확인은 그로부터 4시간 후쯤 이루어졌으니, 모든 것이 은폐ㆍ축소ㆍ조작이다.

국방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의해 병영은 완전히 망가졌다. 보완책 없이 서둘러 병사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 이후, 병사들 사이에는 각종 스포츠도박은 물론, 속칭 사다리ㆍ바카라ㆍ블랙잭ㆍ그래프 등 불법 도박이 퍼지고 있다. 급기야 병사 5명이 5억원대 도박을 한 것이 적발됐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 정도가 아니라 태양 빛에 반딧불 하나 잡은 것에 불과할 정도라는 것이 현역 병사들의 증언이다. 이렇게 도박이 병영에 퍼져 가니 돈에 의한 갈등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분위기에 무슨 전우애가 있을 수 있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런 군대를 만들어 놓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현재의 군대는 부끄럽지 않은지, 자신 때문에 민생해결 방안을 타협해야 할 국회가 발목을 잡힌 것은 아닌지,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런 군대를 가지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두르려 한다. 정경두 장관은 국민과 군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국방부 장관이라면 진정으로 군을 강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군인이 국방부로 와서 흐트러진 군기를 바로 세우고, 군내 포퓰리즘을 혁파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로 바꿔야 할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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