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거래소, 메릴린치증권 알고리즘 매매 ‘허수성 주문’ 판단 이유는?

알림

거래소, 메릴린치증권 알고리즘 매매 ‘허수성 주문’ 판단 이유는?

입력
2019.07.18 04:40
20면
0 0

 시세 차익을 얻은 뒤 매수호가 70~80% 취소 

 “애초 매수 의지 없어 보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가 반칙 거래인지를 두고 2년 가까이 지속된 논란이 한국거래소의 ‘메릴린치증권 제재금 부과’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거래소는 모든 알고리즘 매매가 문제가 아니라, 시타델증권이 메릴린치증권 창구를 통해 사용한 알고리즘에 ‘허수성 주문’이 들어 있어 규정 위반이라고 봤다. 거래소가 허수성 주문이라고 판단한 기준은 무엇일까.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이 사건 감리를 시작한 2017년부터 업계에선 “알고리즘 매매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매매 창구를 제공한 메릴린치증권이 430개 종목에서 총 6,220회(900만주, 847억원치)의 허수성 주문을 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켰다며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했다.

통상 합법적인 알고리즘 매매는 △매수ㆍ매도 주문을 거의 동시에 제출해 자체적으로 ‘호가 스프레드(차이)’를 만들어 체결하고 △체결되지 못한 매수호가 주문은 자동 취소되는 조건이 있는 ‘조건부여(IOC) 주문’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업계 관계자는 “IOC주문의 경우 자동 취소 기능이 있어 애초에 매수 의지가 없는 호가 주문은 존재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감리 결과는 달랐다. 우선 메릴린치가 사용한 알고리즘이 IOC주문 대신, 매수 주문 후 상응하는 매도 주문이 없으면 매수 주문이 그대로 남는 ‘일반 주문’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주문 형태로 높은 매수 호가를 반복적으로 제시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높은 매수 호가로 참여하게 유인한 뒤 물량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결정적으로 허수성 주문이라 판단한 건 시세 차익을 얻은 이후다. 앞서 쌓아둔 매수호가 주문을 유지해도 매도 호가가 나오길 기다렸다면 괜찮은데, 이 알고리즘은 높은 매도호가 주문에 팔고서는 앞서 쌓아둔 매수호가 주문의 70~80%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매수호가 주문 취소율은 20% 정도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알고리즘은 매도 가격이 떨어지면 쌓아둔 매수 호가에 도달하기 직전에 매수 호가 주문을 취소했다. “이는 애초부터 매수할 의지가 없던 허수성 주문으로 볼 수밖에 없는 근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거래소의 제재 결정을 “적절한 판단”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취소율과 취소시점을 기준으로 허수성 주문이라고 판단했다면 반박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