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보는 선박의 절반 가까이가 1년 넘게 잠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18일 보도했다. 북한산 석탄 수출 등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 선박이 현 위치와 출항 경로 등 운항 상황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장치인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놓은 탓에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이날 VOA는 선박 추적 시스템인 ‘마린 트래픽’을 통해 확인한 결과 미 재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대북제재에 관한 권고사항’의 위반 의심 명단에 올랐던 북한 외 해외 선박 34척 중 17척이 1년 이상 AIS를 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명단에는 현재 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가 진행 중인 ‘카트린호’와 ‘루니스호’ 등의 이름도 포함돼있다. AIS 차단은 제재 회피 선박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과의 불법 환적에 가담한 18척 중 8척이 1년 이상 AIS 신호를 끄고 있었다. 한 예로 시에라리온 선박 ‘진혜호’는 지난해 4월 대만 서쪽 앞바다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현재까지 신호가 두절된 상태다. 또 북한산 석탄 수출에 연루된 해외 선박 16척 중 9척도 AIS를 끈 상태다.
미 재무부는 AI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조사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행동을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대형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도 당시 AIS를 끄고 운행했다. 미 의회에서도 AI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보험 회사가 보험을 취소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고 VOA는 덧붙였다.
한편 여전히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VOA에 따르면 코모로 선박 ‘플라우리싱호’의 AIS 신호가 지난달 18일 중국 닝보(寧波)항에서 포착됐는데, 8일 뒤에는 북한 청진항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제주 애월 앞바다에서 중국 방향으로 향하는 신호가 잡혔다고 VOA는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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