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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아리랑은 유망한 사업 아이템, 지구촌 누비며 전통 한류 전할래요”

입력
2019.09.16 0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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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가 지난 2016년 서울 용산구 아리랑스쿨 숙대캠퍼스에서 가야금을 배경으로 갓을 머리에 쓰고 있다. 아리랑스쿨 제공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가 지난 2016년 서울 용산구 아리랑스쿨 숙대캠퍼스에서 가야금을 배경으로 갓을 머리에 쓰고 있다. 아리랑스쿨 제공

지난해 7월 16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샤이오궁 광장. 한복 차림을 한 한국인 여성이 광장 바닥에 앉아 해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해금 소리에 더해져 경쾌한 가락의 가야금 연주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주변으로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광장을 찾은 관객들 환호 속에 펼쳐진 공연은 장구, 살풀이, 가야금, 소고춤, 부채춤, 사물놀이 등 50분가량 이어졌고, 출연자 36명의 합창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 ‘아리랑유랑단’을 기획한 문현우(32) 아리랑스쿨 대표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과정을 마친 문화ㆍ공연기획자다. 2014년 전통예술을 가르치는 ‘아리랑스쿨’을 창업하고 문화ㆍ공연기획을 담당하는 ‘한국문화기획꾼’, 이를 공연으로 펼치는 ‘아리랑유랑단’을 더해 소셜 벤처를 만들어냈다. 그 해 아리랑스쿨은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해 5,0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문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살던 청소년 시절의 경험이 사업 구상의 원천이었다고 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원정 경기를 왔을 때 ‘아리랑’을 따라 불렀을 때의 기억. 그는 “고국에 향수를 느끼면서 우리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다”며 “원래는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었지만 2012년 동북공정으로 ‘아리랑’을 중국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대학생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리랑은 분명 사업이 될 수 있다”

그에게 ‘아리랑’은 어떤 의미일까. 문 대표에게 한국의 모든 정신을 다 담을 수 있는 하나의 단어이자 문화의 원천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리랑은 힘들지만 고개를 넘어가는 희열, 고생 끝에 생기는 한국인의 한과 흥을 응축한 단어”라며 “그 어원 가운데 하나인 ‘메아리’처럼 세계시장에서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신문화 콘텐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리랑유랑단은 지난 4월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의 초청을 받는 등 해외 곳곳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문 대표는 이를 통해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우리 전통예술의 사업 가능성에 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2013년 요르단 공항 검색대에서 한국 여권을 건넸는데 공항 직원이 ‘1박 2일’을 외쳤다”며 “지난해 칠레에서는 여고생들이 한복을 입은 우리를 에워싸기도 했는데 자신들이 가수 BTS의 팬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통예술도 사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아리랑유랑단은 지난 2013년 이집트 카이로 아인 샴스 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다 즉석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공연이 열린 마당을 둘러싼 사면의 건물 각 층마다 구경꾼이 가득 찰 만큼 현지인들의 눈길을 한 순간에 사로잡았다. 수업종이 치면서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사물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문 대표에게는 현재 기업 후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카페베네는 2013년 아리랑 유랑단 6명이 떠난 3개월 세계일주에 1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문 대표는 SK그룹이 지원하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과정, 사회적 가치 강화 브랜드 마케팅 교육 과정인 ‘서강-SK 브랜드 아카데미’ 에서도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이를 통해 그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아리랑’을 사업화 하는데 영감을 얻었다.

◇그가 풀어야 할 숙제, “전통과 청춘의 거리 좁히기”

그가 아리랑으로 이루려는 것은 뭘까. ‘전통과 청춘의 거리 좁히기’가 그가 생각하는 사업인 동시에 사회 공헌이다. 문 대표는 “‘왜 전통과 청춘은 거리가 먼 것일까’, ‘청춘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전통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면 사업 가능성이 있을까’란 질문을 소셜 미션(사회적 임무)으로 삼았다”며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문화예술을 세계인들이 즐기고 배우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통예술 전공자들에게 주어질 좋은 일자리도 문 대표의 또 다른 목표다. 그는 “전통예술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결국 이를 공급하는 이도 없어진다”며 “전통을 고리타분하지 않게 느끼는 시장을 새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예술을 하는 세상이 올 것이고, 제 목표도 결국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스쿨을 전통예술 대안학교로 발전시키고, 전세계에 세우는 건 그의 장기 과제다. 문 대표는 “가야금, 해금, 한국무용을 취미로 배우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며 “전세계에 아리랑스쿨을 세워 전통예술을 수출하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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