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폴리페서 비판 발언 주목받자… 조국 “앙가주망” 반박
“대학 교수직을 정치권으로 통하는 발판으로 삼는 교수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전(前) 민정수석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08년 서울대 ‘폴리페서(Polifessorㆍ정치 참여 교수)의 정치권 진출을 규제하는 대학 윤리규정’ 제정을 주도하면서 남긴 말이다.
조 전 수석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대에 복직 관련 서류를 제출, 1일 복직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히는 만큼 교수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또 휴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교육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그 임기가 끝날 때까지 휴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조 전 수석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조 전 수석은 2004년 서울대학보(대학신문)에 게재한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襟度)’라는 글에서 폴리페서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출마해 당선된) 교수가 사직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2008년에는 서울대 사범대의 한 교수가 총선에 나가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동료 교수들과 “폴리페서 윤리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서울대 총장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이 이처럼 과거 폴리페서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만큼 그가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조국 “선출직과 임명직은 다르다”
다만 조 전 수석이 과거 비판했던 폴리페서는 선출직인 ‘직업 정치인’이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 같은 임명직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서울대에서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을 제출할 당시에도 조 전 수석은 제재 범위를 선출직 공무원으로 한정했었다. 그는 2008년 4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장ㆍ차관 등 임명직 고위 공무원은 정당원이 아닌 사례가 많고, 다른 나라도 법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임명직은 교수 전공과 연관성이 높아 이론과 실무의 교류라는 의미에서 진출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6월 이명박 정부의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로 복직하는 것을 두고서도 “폴리페서 윤리규정은 선출직을 문제 삼은 것이고 류 전 실장은 임명직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 전 수석은 또 직업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교수들을 비판하면서도, 교수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꾸준히 긍정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조 전 수석은 일각에서 문제 삼는 2004년 서울대학보 칼럼에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이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현행법상 교사와는 달리 교수는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고, 당적을 갖고 정당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할 수도 있으며, 또한 출마할 수도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주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정치에 무감할 수 없고, 교수의 전문적 식견과 정책 능력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서울대 학생들, 교수직 ‘사퇴’ 요구도
조 전 수석의 과거 발언을 들여다보면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의 길이 법학자로서 그의 ‘신념’과 배치되는 행동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로남불’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 전 수석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민정수석 하시는 것도 다 좋은데 학교에 자리 오래 비우시면 그거 다 학생들한테 피해로 돌아간다”며 “제발 하나만 하셨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댓글에도 “끝까지 서울대 교수 자리는 유지할 생각인가” “서울대 교수 자리가 맘대로 했다 말았다 할 수 있는 하찮은 자리인가”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보였다. 이날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성명을 통해 “다른 교수들의 정치참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막상 자신의 정치적 활동엔 한 없이 관대한 이중인격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을 하고 있다”며 조 전 수석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앙가주망(Engagementㆍ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동료 교수들과 ‘친애하는 제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도 썼다. 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업무는 나의 전공(형사법)의 연장이기도 했다”며 “검찰개혁,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혁신, 공정한 형사사법체제 구성 등은 나의 평생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정수석 부임 시 휴직도, 이번 서울대 복직도 모두 철저히 법률과 학칙에 따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며 “훨씬 풍부해진 실무경험을 갖추고 연구와 강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제자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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