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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줄인다던 ‘문재인케어’ 되레 실손보험료 부담만 늘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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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줄인다던 ‘문재인케어’ 되레 실손보험료 부담만 늘릴 판

입력
2019.08.2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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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케어의 부메랑] <상> 위기의 실손보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입자 수 3,4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받은 보험료 대비 내준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 손해율이 한동안 호전되는 듯 했다가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애초 실손보험의 손해를 낮출 걸로 기대했던 ‘문재인케어(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부작용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보험(건보)을 강화해 국민의 의료 부담을 덜겠다는 ‘착한 취지’의 정책이 오히려 전체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사보험(실손보험)의 수익성마저 악화시키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치솟는 실손보험 손해율… 보험료 인상땐 가입자 불이익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6년 131.3%까지 치솟았던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은 2017년(123.2%)과 2018년(121.8%) 120%대 초반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분기 131.3%, 상반기 전체로는 129.6%까지 급등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고객에게 위험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약 130원을 내줬다는 의미다. 손해보험사 가운데는 상반기 위험손해율이 147%에 이르는 회사(현대해상)도 나왔다. 실손보험 분야 손실이 커지면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대형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일제히 작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실손보험 판매에 따른 손보사들의 상반기 영업적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실손보험 손해율 급등 현상은 문재인케어의 건보 보장성 확대가 부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손해율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 송정근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 송정근 기자

보험업계가 설명하는 풍선효과는 크게 △의료 소비자들의 ‘과다 치료’와 △병ㆍ의원의 ’과잉 진료’다. 문재인케어 도입으로 건보에서 보험금을 지급(보장)하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자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부담 없이 병의원을 자주 찾게(과다 치료) 됐다. 한편으론, 급여 항목이 늘어 이전보다 ‘짭짤한 수입원’이 줄어든 병의원들은 새로 비급여 항목(건보에서 보험금을 주지 않는 대신 병의원 자율로 고가 진료비 책정 가능)을 늘리고 있다(과잉 진료)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가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손해율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매년 20% 안팎이던 손보사들의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지난해 0%였고, 올해 초에도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앞서 지난해 금융당국은 문재인케어로 인해 건보 보장 항목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든 만큼 “약 6.15%의 실손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풍선효과로 인한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떠안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악화로 결국 보험료가 인상된다면, 과도한 보험금을 수령하는 소수를 지원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청구는 거의 하지 않는 다수가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건보 보장 늘 때마다 비급여 개발 ‘풍선효과’ 

이는 건보 가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케어를 포함해 역대 건보 보장성 강화 노력이 번번이 이런 풍선효과에 발목 잡히고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2005~2008년, 2009~2013년, 2014~2018년 총 세 차례에 걸쳐 고액의 비급여 의료항목 보장성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기 보장성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오히려 비급여 진료 영역이 더 빠르게 확장된다는 지적은 계속 반복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2013~2014년 4대 중증질환 관련 125개 항목을 급여화했지만, 4대 중증질환의 건보 보장률은 변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125개 항목이 건보 보장 대상으로 포함됐지만, 비급여 항목이 새로 생겨 전체 중증질환 의료 항목에서 건보가 보장하는 비율은 비슷했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송정근 기자
국민건강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송정근 기자

이런 악순환 때문에 문재인케어는 급여 항목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비급여 창출을 막음으로써 건보 보장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급여화 확대만 진행되고, 수가 인상은 뒤따르지 못했다. 이에 풍선효과에 따른 건보 적자폭이 확대되고, 실손보험 의존도는 낮추지 못하면서 선량한 건보 가입자의 피해는 키우는 악순환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비급여 관리 안 되면 건보 재정만 악화 

이는 근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입원 수술 등 각 의료행위마다 건보 급여를 책정하는 것)’라는 현행 의료지불 체계가 과잉 진료를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수술 등 필수의료의 수가가 원가에 크게 못 미치게 책정돼 있다 보니 병원들은 수술 전후 필요 이상의 검사나 비급여 시술을 추가하는 식으로 원가를 보상하려 해 왔다.

보험업계에서는 만성적으로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출 근본 대안으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거론된다. 자동차보험처럼 실손보험을 인용하는 빈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ㆍ할증해 도덕적 해이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풍선효과의 근본 원인을 손대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손해 보는 상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건보 보장성 확대와 비급여 부분의 관리가 병행돼야 건보가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 비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보 가입자 입장에서 참여연대 등 노동ㆍ시민단체는 진작부터 의료지불 체계 개편과 신포괄수가제 확산,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을 요구해왔다. 신포괄수가제란 입원 치료 시 입원료, 처치 등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묶고, 의사의 수술, 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그동안 공공병원의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부터 민간병원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신규 참여 민간병원이 27곳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의 점진적 이행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강희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의료의 질과 비용에 대한 성과 측정을 통해, 의료기관이 과다 진료가 아닌 ‘적정 진료’를 할 때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종합병원 이상에 도입돼 있는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제도도 이 같은 가치 기반 지불제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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